- 75 - http://dx.doi.org/10.7230/KOSCAS.2016.45.075 애니메이션 시공간의 변형적 흐름에 관한 연구 - 조르주 슈비츠게벨의 작품을 중심으로- Ⅰ. 서론 Ⅱ. 애니메이션 시공간의 표현양상 Ⅲ. 조르주 슈비츠게벨의 작품분석 Ⅳ. 결론 참고문헌 ABSTRACT 김홍균* 초 록 애니메이션은 다른 매체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미학적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우선적으로 애니메이션은 분절 촬영으로 손에 의해 만들어진 창조적 이미지이다. 또한 ‘변형’을 통해 생성된 애니메이션 이미지는 특유의 '운동성'으로 새로운 시공 간을 얻는다. 본 논문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시공간의 표현성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 어 다룬다. 첫째는 변형 이미지와 둘째는 운동성에서 이루어지는 이미지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본 논문은 조르주 슈비츠게벨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슈비츠게 벨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의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잘 반영하였다. 특히, 슈비츠게 벨의 , 은 다양한 변형과 운동성이 그의 표현방법 과 함께 잘 결합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시공간 분석의 좋은 사례가 되는 작품 들이다. 이들 작품의 이미지들은 위의 주된 표현장치들을 통해 끊임없는 변형적 흐 름을 지속한다. 본 연구는 이 작품들 속에서 변형과 운동성이 어떤 기능을 하면서 의미를 만드 는가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들 작품들은 변형과 다양한 움직임으로 이루 어져,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적 형식을 지각하도록 만든다. 여기서 우리는 공간과 시간, 정지와 운동, 2차원과 3차원, 해체와 재구성, 추상과 구상 등 무수한 이중적 구조를 체험하게 되는데, 그 주된 장치는 변형과 애니메이션의 운동성을 강화한데 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주제어: 변형, 운동성, 시공간, 의식의 흐름, 초현실주의 - 76 - Ⅰ. 서론 인간은 고대부터 표현한 대상에 생명을 부여하기 위하여 다양 한 시도를 해왔다. 애니메이션은 이런 점에서 신처럼 세상을 창 조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반증하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데 움직임을 창조하는 애니메이션에는 신과는 다르게 미메시스에 서 벗어나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창조하는 환상적이며 마법적 인 시공간표현이 존재한다.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이러한 시공 간은 고착된 사물의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색다 른 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꿈과 무의식, 상 상을 통해 구현된 이 세계는 인간의 의식적 흐름을 이용하여 재 현됨으로써 관객에게 환상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애니메이션 시 공간표현에 있어 사실적 표현이 아닌 환상적이며 마법적인 것에 논의의 초점을 둘 것이다. 이러한 매혹적 요소로서의 애니메이션 특성, 특히 변형을 통해 내면세계 흐름의 표현을 중점적으로 연 구할 것이며, 그 예로 슈비츠게벨(Georges Schwizgebel)의 작품 을 분석, 의식흐름의 묘사가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논의의 초점을 둘 것이다. 애니메이션 시공간의 독특한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먼저 19세 기 말에 등장한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기법과 베 르그송(Henry Bergson),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사상, 그리 고 초현실주의(Surrealism)의 표현장치의 연구를 선행할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사상적 배경이 있으나 이들 이론들에 논의의 초점 을 맞춘 이유는 이 이론들이 당대 뿐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애니메이션 시공간적 표현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 이다. 더욱이 인간의 의식을 개개의 정신이나 관념들의 집적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는 의식의 흐름기법과 시공간을 초 월한 초현실주의의 표현기법은 상당히 유사한 방식을 지니고 있 다. 따라서 2장에서는 의식의 흐름과 초현실주의 표현장치 그리 고 여기에 영향을 준 철학적 배경에 대하여 연구할 것이다. 그리고 3장에서는 위의 특성, 즉 환상적이며 마법적 시공간 형 - 77 - 성에 적합한 슈비츠게벨의 작품을 분석할 것이다. 슈비츠게벨의 작품들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물들을 묘사하였지만 추상적 감 정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양식들을 이용, 일상의 일반적 시각을 초월한 독창적인 예술 형식을 창조하였다. 그의 작품들이 일반적 인 다른 극영화 또는 애니메이션과 구별되는 점은 시공간을 연상 적인 흐름의 구성과 변형되어지는 공간, 그리고 독특한 운동성으 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슈비츠게벨 작품의 특성을 요 약하면 시공간 표현의 독보적 형식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등의 작품들을 시공간의 변형과 운동성 등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에서 시공간의 변형, 특히 변형을 통한 의식의 흐름을 연구하고 의 작품에서는 운동성을 통해 비시간성을 통한 현재의 묘사를 연구할 것이다. 그리고 슈비츠게벨 작품을 이루는 요소로 형상의 표현방법과 소재로 채택한 건물 및 그림자 그리고 추상적 구조, 작품에 등장하는 작가의 손 등 슈비츠게벨 의 표현장치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슈비츠게벨의 작품을 분석함 으로써 우리는 애니메이션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시공간 표현 의 방법적 측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Ⅱ. 애니메이션 시공간의 표현양상 1. 애니메이션 시공간의 표현성 1884년 그리니치에서 25개국 대표들이 하루의 정확한 길이를 결정, 전 지구를 한 시간의 간격, 24시간 대역으로 구획하여 정 확한 개시를 확정하기 이전부터 시간의 규정은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시도되었다.1) 또한 공간은 고대부터 개발되어온 다양한 지도가 입증하듯이 정치,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시 간과 공간의 척도를 규정하고 제어하는 것은 근대이전부터 권력 * 이 논문은 2014년도 한서대학교 교비 학술연구 지원사업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1) Stephen Kern, 박성관 역,『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휴머니스트, 2004, p.44-50 - 78 - 이었다. 이러한 물리적, 양적으로 계측된 시공간 개념은 사진과 영화, 산업혁명 등 사회구조를 변혁시킨 다양한 사건들과 문예사 조, 19세기 말 베르그송 등의 철학에 의해 반론이 제기되면서 영 향력이 줄어들고 그에 반하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게 되었다.2) 또한 20세기 초 영사기의 등장으로 시간과 공간의 표현성은 크게 확장 되었다. 당대의 예술가들, 특히 초현실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아방가르드(Avant-Garde) 예술가들은 그들의 회화작업 뿐만 아니라 사진, 영화 등의 매체에도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통적이며 사실적인 세계의 묘 사에서 벗어나 주관적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곧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들을 도출하였다. 움직임을 창조하는 애니메이션에는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구 분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미메시스적 표현, 즉 사실적 표현으로 구현된 것으로 오랫동안 재현의 역사를 지배해온 방식이다. 두 번째는 미메시스에서 벗어 나 작가 자체의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창조하는 일종의 환상적 이며 마법적인 시공간이다. 전자의 미메시스적 표현이 객관성을 바탕으로 물리적이고 사실적 형태를 유지하는 반면, 후자는 탈현 실적 공간을 다루며 주관적인 성격을 지니며, 창조적인 유기적 공간이다. 마법과 환상에 기반 하여 제작된 애니메이션 시공간은 미메시스적 현실재현과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상상력을 가시화하 며 관객에게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또 다른 현실을 체험하게 한다.3) 실사영화의 멜리에스(Georges Melies)와 초기 애니메이션 작가인 블랙턴(James Stuart Blackton) 등이 마법사였다는 점은 위의 사실을 반증하는 재미있는 사례이다. 멜리에스 등은 영화와 마술의 두 전통을 병합, 영화를 마술로 끌어들였다.4) 이들 작품 2) 특히 계몽주의에서 벗어나 기계문명의 발전으로 근대에서 현대로의 진입과 더 불어 경험하게 되는 시공간 압축(time-space compression)의 경험은 도전적이 고 흥미롭다. David Harvey, 구동회, 박영민 역,『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한울, 2005, p.282 3) 서수정, “한국장편애니메이션의 공간정치학”, 중앙대박사학위논문, 2013 p.28 - 79 - 의 시공간은 현실재현이 아닌 꿈의 세계를 시각화시킨 것이다. 이들은 언어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심리, 즉 내적공간을 표현 하기 시작했고, 근본적으로 비재현의 재현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 며 감각적이며 비논리적으로 경계너머의 비가시적 세계를 묘사하 였다.5) 애니메이션의 이러한 성격은 특히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에겔링(Viking Eggeling)과 피싱거(Oscar Fischinger) 등의 추상적 형상, 조단(Larry Jordan), 스미스 (Harry Smith), 브리어(Robert Breer) 등 언더그라운드 필름에 서의 실험적 영상, NFBC(National Film Board of Canada)소속 맥 라렌(Norman McLaren) 등의 작가주의적 애니메이션 등이 이 범주 에 속한다. 이들은 관객에게 미메시스의 시공간이 아닌 작품자체 의 독특한 시공간을 시각화시키려 했다. 이들의 작품들은 내용보 다는 형식미를 강조하고, 미메시스적 재현과 전통적 내러티브 구 조가 아닌 비 지시대상과 추상적, 초월적 요소로서의 구조에 주 목을 하며 이를 위해 비연속성과 음악성을 강화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미지는 대상의 재현이 아닌 해체 및 재구성을 통한 시각적 구성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애니메이션 의 환상적이면서 마법적인 시공간 형성에 주요하게 영향을 끼친 것은 앞서 언급한 19세기 말에 형성된 사상과 관계가 깊다. 2. 시공간 표현의 이론적 제공 ‘의식의 흐름’6)은 시간을 개별적 단위들의 총합이 아닌 일종 4) 초현실주의자들을 비롯해 당대의 아방가르드예술가들은 초기영화에 있어서 뤼 미에르형제의 다큐멘터리적인 재현성보다 멜리에스의 마법적인 장치들에 더욱 열광하였다. Laura Mulvey, 『1초에 24번의 죽음』, 현실문화, 2007, p.45 5) 서수정, 앞의 논문, p.29 6) ‘의식의 흐름’은 심리학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생각의 흐름(stream of thought)’으로 불리었다. 최초로 정신을 ‘생각의 흐름' 이라고 부른 사람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였다. 제임스는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는‘실제 적 부분들’과 흘러가며‘이행하는 부분들’을 엄밀히 구별한 뒤, 후자는 배 제되어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후자의 흘러가는 이행하는 부분들을 표현하기 위해 단어 그대로 개인의 의식에 떠오르는 감각, 상념, 기억, 연상 등을 계속 적으로 흐르게 하여 표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즉 의식의 흐름기법은 개인의 의식에 떠올라 그의 이성적 사고의 흐름에 병행하여, 의식의 일부를 이루는 - 80 - 의 흐름으로 간주하는 이론으로서, 1890년 이후에 생긴 모더니즘 문학 표현장치 중 하나이다. 이전의 작가들은 대부분 한 인물의 생각들을 분석하려 했으며, 인물의 의식 속을 직접 탐사하는 것 처럼 기술했다. 그러나 발화단계 이전의 내적 의식을 표현한 작 가는 없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의식의 흐름 소설은 잠재적 의식 의 흐름을‘내적 독백’형태의 서술적 기법으로 사용했다. 등장 인물 의식의 흐름 전체를 포착, 풍부하고 빠르며 미묘한 사고의 활동을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단속적이고 일관성 없는 생 각들과 비문법적인 구문, 언표 이전 단계에 속하는 사고와 심상, 그리고 언어의 자유연상 등을 도입했다. 이는 의식 전체를 재구 성하여 표현하기 위한 기법이었으며, 아래 뒤자르뎅(Edouard Dujardin)의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흘러가는 의식의 유동성을 처리하는 데에 특히 효과적이다. “시계는 6시를 쳤다. 내가 기다려온 시간, 나는 지금 이 집을 들어가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 그 집 ; 그 거실 ; 안으로 들 어가자. 밤이 왔다 ; 좋구나, 신선한 공기! ; 대기에는 뭔가 활 기찬 것이 있다. 계단 ; 우선 첫 번째 계단부터.....” 이 대목 에서 화자가 이야기하는 시간은 단 몇 초밖에 안되지만, 사적인 시간의 지속은 꽤 길게 늘어나며 그 지속 안에서 불규칙하게 요 동친다. 잠깐 동안 주의에 집중하다가 생각과 지각이 마구 뒤섞 이는 모습, 그리고 공간과 시간 속에서의 비약, 이런 것들을 통 해 직접적인 내면독백은 정신의 내적 작용을 표현해냈다.7) ‘의식의 흐름’에 영향을 준 사상적 배경으로는 베르그송과 프로이트를 들 수 있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정신의 모든 심상들 은 자유로이 흘러가는 주변의 물속에 잠겨들면서 물이 든다고 표 현하였다. 이는 정신적 사건들이 저마다 그 이전과 이후 혹은 그 것의 근거리나 원거리와 연결되어 있으며, 정신생활은 전체적으 로 천천히 흐른다고 할 수 있지만, 각각의 부분들은 상이한 속도 시각적, 청각적, 연상적, 잠재의식적인 수많은 인상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한 기법이다. Stephen Kern, 앞의 책, p.76 7) Stephen Kern, 앞의 책, p.85-87 - 81 - 로 움직이면서 급류의 소용돌이처럼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게 된 다. 그래서 베르그송은 인간의 의식을 개개의 정신이나 관념들의 집적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flux)이라고 보며, 기존의 시공간 개 념에 의문을 제시하고 시간을 형이상학의 중심에 놓았다.8) 또한‘의식의 흐름’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상당한 관계 를 지니고 있다. 프로이트는 꿈과 환상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시 간의 왜곡에 대해 말한다. 프로이트는 정신의 무의식적인 과정이 ‘무시간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왜냐하면 시간의 경과가 꿈이나 환상의 과정에 어떤 변화도 일으키기 못하여 시간에 대한 관념이 거기에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9)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에서는 모순과 대립이라는 논리적 범주가 작동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불 가능한 것들이 동시에 공존할 수 있고 자유로이 결합할 수 있다. 시간은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다양한 시간대가 다양하게 혼합되 기도 한다.10) 이러한 이유로 꿈과 환상은‘무시간적’으로 설명 된다. 베르그송의 시간개념과 프로이트의 심리분석은 당대의 예술사 조, 입체주의(Cubism), 미래주의(Futurism) 및 다다이즘(Dadaism), 초현실주의 등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에 커다란 영향 을 끼쳤다. 특히 초현실주의의 핵심적 표현장치였던 자동기술법 (automatism), 콜라주(collage), 데페이즈망(dépaysement) 등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 이들 기법들은 시공간의 확장을 통하여 그들이 그토록 이루고 싶어 했던‘경이로움’(the marvelous)을 8) 베르그송은 그의 논문인〈시간과 자유의지:의식의 직접 자료에 대한 소론 Essai sur les données immédiates de la conscience(1889)>에서‘지속 (durée)' 또는 실제 시간개념을 확립,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공간화한 시간 개념을 거부하려 했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정식적인 생명이 전개되는 것은 공 간 속에서가 아니라 바로 시간 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시간의 본질은 흘러 간다는 데 있다”라고 말한다. 즉“내가‘나의 현재’라 부르는 것은 한 발은 과거에, 다른 한발은 미래에 걸쳐놓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런 생각은 당 시 철학·문학·예술 영역에 큰 영향을 주었다. Michael Rush, 뉴 미디어 아트, 시공사, 2003, p.15, Stephen Kern, 앞의 책, p76-81, 9) Stephen Kern, 앞의 책, p.95 10) 박성수,『애니메이션 미학』, 향연, 2005, p.106-109 - 82 - 탐구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다. 브르통(André Breton)은 초현 실주의 콜라주에 대해“시간 속에 들어있는 틈새”라고 표현, 전 생과 현생, 그리고 내생이 모두 하나의 삶 속으로 녹아든 환영적 이미지라고 하였다. 이는 시간을 포함한 대상을 양적, 물리적으 로 파악하는 기존관념에서 탈피하여 이미 존재했던 요소 간에 새 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것을 말하고 시간과 공간을 압축, 교환, 축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초현실주의 표현장치의 목적은 원 전성에 대한 희화를 통해 이성적 현실을 뒤틀고,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탈감각화 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들 기법은 우연, 무 상성, 이질적인 측면들의 통일성과 만남을 통하여 경이로움을 창 조한다.11) 마지막으로 초기 영화의 시간표현 또한 주목할 만하 다. 20세기 초반 멜리에스가 쇼트의 충돌로 환상적인 영상을 만 들어낸 이 후 영화작가들은 편집에 의해 시간을 훨씬 더 다양하 게 압축, 팽창, 혹은 역류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 서 시퀀스 간에 시간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시간적 질서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초기영화는 영화 고유 의 매체적 특성을 인식, 시간을 확장시켰다.12) Ⅲ. 조르주 슈비츠게벨의 작품분석 조르주 슈비츠게벨13)은 애니메이션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시공간의 형성에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실험하는 작가이다. 그의 11) Hal Foster 저, 전영백 역,『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 아트북스, 2005, p.340, 조윤경,『초현실주의와 몸의 상상력』, 문학과 지성사, 2008, p.87-89 12) Stephen Kern, 앞의 책, p.91 13) 슈비츠게벨은 1944년 스위스 베른출신의 애니메이션 작가이다. 그는‘GDS 스 튜디오’를 설립,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로서 다수의 작품을 제작했다. 대표작 으로는 Patchwork (1970), The Flight of Icarus/ Le Vol d' Icare (1974), Perspectives (1975), Off-Side/Hors-Jeu (1977), 78 Tours (1985), La sujet du tableau (1989), Fugue (1998), Les Jeune Fille Et Les Nuages (2000), L'homme sans ombre (2004), Retouches (2008), Romance (2011) 등 이 있고 2015년에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 을 출품하 였다. - 83 - 작품들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구체적 형상과 공간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변형과 움직임으로 대상을 해체, 재구성하여 일 상의 일반적 시각을 초월한 독창적인 시공간을 창조하였다. 감각 적이며 비논리적인 공간의 구성은 곧 인간의 내적, 심리적 공간 을 대변하며, 미메시스적 공간이 아닌 표현적 속성의 탈현실적 공간으로 꿈의 세계를 시각화시킨다. 비록 화면 내에서 지시대상 들은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대상들은 탈용도화되어 초현실주의처 럼 데페이즈망된다. 이를 통해 슈비츠게벨 작품들의 공통된 주제 는 바로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공간의 제시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여행처럼 느껴진다. 슈비 츠게벨의 작품은 일련의 스토리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관객은 곧 지속적인 변형으로 선형적구조의 체험이 아닌 끊임없 는 시공간의 변형적인 흐름을 체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의 대 표작 중 하나인 <78tours (1985)>에서 보면 영화 속의 모든 형상 들은 제목처럼 계속 회전되어 형상들의 인과관계와 물리적 시공 간을 붕괴시켜 색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림 1. <78tours> 슈비츠게벨의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본 논문에서는 , 등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것이 다. 이외에도 <78tours>, 등의 작 품과 비교적 최근의 작품 , , , 등의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작품의 특성을 요약하면 시공간의 변형, 리 듬과 반복의 운동성 등이고 거기에 표현되어진 장치들은 표현대 상의 조형적 스트로크, 추상적 구조물, 그림자 등이다. 본 논문 - 84 - 에서는 슈비츠게벨의 특성으로 시공간의 변형, 운동성 등으로 분 석하고, 기타 표현장치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 1. 시공간의 변형 앞서 언급했듯이 슈비츠게벨의 많은 작품들은 시공간의 변형으 로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특 히 등의 작품에서 보면 공간이 끊임없이 재구성 되어있 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화면 안에 의자에 등지고 있는 한 사람, 주인공이 야자수가 보이는 거실에 있다. 그러나 곧 카메라가 트 럭 아웃(truck out)되면서 이 장면은 평면화 되어 소파에 앉아있 는 여자의 손에 사진처럼 들려져 있다. 그리고 또 다시 카메라가 트럭 아웃되면 그 여성은 거울에 비쳐진 대상으로 변하여 또 다 시 평면화 된다. 카메라는 계속적으로 움직이며 이번에는 여자가 다시 액자의 공간으로 변한다. 그리고 여자의 공간에서 건물과 구름, 그네, 물가에 비쳐진 모습 등으로 자유스럽게 유영하게 된 다. 그림 2. 형상들의 물리적 관계들은 메타모포시스와 끊임없는 카메라의 운동에 의해 무한정 해체되며, 대상 간의 경계가 무너짐과 동시 - 85 - 에 대상은 또 다른 공간으로‘녹아들고’, ‘ 미끄러져’간다. 이러한 시공간 변형의 핵심적인 장치는 바로 메타모포시스 (metamorphosis)이다. 메타모포시스는 캐릭터나 배경 등의 이미 지를 조작하여 형태의 구조와 본질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대상이 지닌 고유의 지각을 제거, 초현실주의자들이 그 토록 원한 경이로움과 더불어 환상을 제공하게 된다. 다시 말해 메타모포시스는 사물의 정체성과 물리적 법칙의 붕괴를 통해, 하 나의 존재, 즉 자아가 여러 자아로 변형되게 한다. 이로 인해 주 체와 대상사이의 한계가 제거된다. 그래서 모든 것의 성격이 혼 합되고, 구분이 흐려지며, 모호해져 이중적인 것이 된다. 이렇듯 변형을 통한 환상성은 또 다른 존재로 미끄러져 들어가, 사물의 기존 시각을 전복시키고 보는 것의 사실주의적 방식을 무너뜨린 다.14) 이는 바로 애니메이션이 지니는 고유한 특성이며, 그 원인 은 맥라렌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유명한 정의15)에서 알 수 있다. 즉 각각의 움직임을 표현한 프레임은 지속적으로 소멸되는 동시 에 움직임을 이루는 부분으로 변이하여 존재하게 되는데, 이들 프레임의 경계가 맥라렌이 주장하는 간극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 과물인 것이다. 애니메이션 프레임은 창조적 배치를 통해 만들어 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프레임은 2차원의 공 간에서 3차원적 시공간의 환영으로 대체되며, 대체된 시공간의 환영은 현실의 물리적 요소들을 넘어서는 동시에 자유자재로 시 공간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16) 이러한 변형은 앞서 언급한 의식 의 흐름에 영향을 준 프로이트와 베르그송의 주장과 일맥상통한 다. 프로이트는 재현되는 것과 재현하는 것이 서로 마주침으로써 또는 서로 닿아서 작동하는 일정한 접촉이 변형을 초래하며, 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형식적 공통성이 아니라 무정형적인 접촉 14) Rosie Jackson 저, 서강여성문학연구회 역,『환상성』, 문학동네, 2001, p.70-72 15) 맥라렌에 의하면 애니메이션은 프레임들 사이의 비가시적인 틈을 교묘하게 조작하는 예술이라고 하여 애니메이션의 참된 본질은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발생하는 움직임을 창조하는 활동으로 보았다. 박성수, 앞의 책, p.107 16) 김홍균,「애니메이션 프레임의 구조적 장치에 관한 연구」,『한국애니메이션 학회논문』, 2009. p.90 - 86 - 으로 인해 일정한 융합이나 왜곡, 누락이 발생한다고 했다.17) 프 로이트는 꿈의 작업에 이러한 주장을 하였지만, 애니메이션 이미 지 역시 이런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시각 은 베르그송의 의식과도 공통점이 있다. 베르그송은 자아의 이전 상태들이 서로 속에‘스며들어 있고’, ‘융합하고’, ‘용해되 어’있다고 했다. 또 내적 자아의 의식 상태들은 ‘상호침투, 상 호연결’되며, 의식의 움직임은 나중에 혼합, 교착(interlacing), ‘삼투과정’이라는 과정을 겪는다.18) 프로이트나 베르그송의 주 장에서 볼 수 있듯이 자아는 융합되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낸 다. 주체와 대상사이의 한계는 제거되고, 사물들은 대체의 작용 에 의해 서로에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대상은 보고 있는 대상 안 으로 녹아 들어가고 바로 그 대상이 된다.19) 그래서 슈비츠게벨 의 이미지들은 끊임없는 변형적인 흐름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의 주인공은 수많은 대상으 로 분화하여 녹아들어가고 또 그 대상들도 끊임없이 메타모포시 스되어 화면에서 유영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20)을 연상하게 한다. 데페이즈망은 구체적인 형상을 이용, 꿈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 기 위한 기법이다. 다시 말해 사물들은 표현공간에서 사물 본래 의 일상적인 질서나 배경, 분위기에서 이탈되고, 자기장소를 떠 나 존재하는 사물들이 새로이‘배치’되는 것이다. 시공간을 초 월하여‘재구성’된 이 사물들은 우리에게 경이와 심리적 충격을 17) 박성수, 앞의 책, p.109 18) Stephen Kern, 앞의 책, p.119 19) Rosie Jackson, 앞의 책, p.72 20) 데페이즈망은 프랑스어로 낯설음, 낯선 느낌, 환경의 변화 등으로 해석되며, 타향으로 보내기, 유배 등의 뜻도 지니고 있으며, 동사 데페이제(dépayser)는 낯선 느낌을 주다,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하다, 나라나 환경, 습관 등을 바꾸게 하다 등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데페이즈망은 전치(轉置), 전위법(轉位法) 등 으로 해석되며, 물체를 본래 있던 곳에서 ‘떼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 서 사물들의 용도, 기능, 의미를 현실적 공간에서 이탈, 환경을 변화시켜 그 것이 놓여 질 수 없는, 또는 사물의 속성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낯선 장소 에 조합시킴으로 초현실적인 환상을 창조해 내는 기법이다. 김홍균,「애니메이션에 있어서 데페이즈망에 관한 연구」,『한국만화애니메이 션학회논문』, 2013, p.9 - 87 - 안겨주며, 관객들에게 열린 형식을 제공한다.21) 이런 점에서 슈 비츠게벨의 변형은 초현실주의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 3. 또한 변형할 때 주의 깊게 보아야할 점은 캐릭터와 배경의 구 분이 없다는 것이다. 메타모포시스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이기 때 문에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보여 진다. 보통 일반적인 애니메이 션은 캐릭터와 배경의 구분이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 로 캐릭터에서 캐릭터로 변형을 한다. 배경은 캐릭터의 상황과 움직임을 위한 무대를 제공해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슈비츠 게벨의 작품에서는 캐릭터와 배경의 구분이 모호하다. 위의 그림 은 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이미지들로서,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와 배경이 변형된 이미지들이다. 우선 그네 타는 장면이 있다. 그네 타는 장면은 곧 그네의 운동처럼 좌우로 움직이며 구 름 장면으로 바뀐다. 곧 구름은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들은 처음 등장한 작가로 변한다. 배경과 캐릭터가 뒤섞여있고 심지어는 캐 릭터가 배경공간으로 변하고 그 공간은 또 다른 대상으로 변형된 다. 그의 공간은 일상적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어 표현되어진다. 21) 김홍균, 앞의 논문 p.8-10 - 88 - 그림 4. 위의 그림은 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이미지들로서, 사물 의 경계가 더욱 불확실해지고 전에 나온 장면들이 중첩되어 이중 적인 모습을 띄게 된다. 두 개의 형태가 중첩 되면 대상은 투명 성(transparency)을 획득하게 되는데 이때의 투명은 분명한 느낌 을 주지 않고 오히려 모호하고 다의적 공간(equivocal space)으 로 바뀌어 신비감을 자아내게 한다.22) 공간은 곧 해체되고 남녀 가 물가로 가서 쳐다보는 것이 계속적으로 반복된다. 그리고 추 상적 공간과 건물, 나무의 풍경과 여인, 작가의 모습, 구름과 건 물, 풍경들이 중첩되며 콜라주되고 대상들이 데페이즈망되어 계 속적으로 움직인다. 종래에는 작가의 모습으로 변해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으로 작품은 끝이 난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 도입부와 마지막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에 나오는 주인공은 바로 작가 자신을 대변하며, 22) David A. Lauer 저, 이대일 역, 『조형의 원리』, 예경, p.196 - 89 - 전반적인 내용은 창조자의 상념이다. 따라서 작품의 내용은 앞서 언급했던 의식의 흐름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표현한 것으로 귀결 된다. 2. 리듬과 반복의 운동성 슈비츠게벨 작품의 또 하나의 커다란 특징은 ‘운동성’에 있 다. 그가 표현한 대상의 움직임은 반복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하게 구성 되어있어 마치 춤을 추는 듯, 관객에게 시각적 쾌감을 제공 한다. 리듬과 반복운동은 대상의 일반적 재현이 아닌 극적순간의 강화로 변하게 하는 기능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사실적 재현은 표현대상의 반영으로서 물리적 움직임과 일반적 시간개념을 갖는 데 비해 리듬과 반복은 일반적 상황이 아닌 극적 순간으로 환원 시켜 주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반복은 동적인 느낌을 주게 되고, 단순성이 갖기 쉬운 지루함을 극복하게 하며 철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사고를 제공한다. 또한 반복으로 표현된 대상은 시간의 양적, 물리적 개념에서 초월하여‘비시간성’(timelessness) 으로 환원, 비현실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순환하는 공간 과 시간을 만들며 일반적 시공간 개념을 부정한 표현적 시공간을 만든다. 또한 정지가‘그때’의 반향을 불러오는 한편 움직임은 지속하는‘지금’의 현존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멀비 (Laura Mulvey)의 말처럼,23) 슈비츠게벨이 만든 움직임은 과거- 현재-미래의 선형적 구조가 아닌 끊임없는‘지금’을 보여준다. 그래서 슈비츠게벨은 이러한 움직임의 운동을 통해 일반적 시간 개념이 아닌‘지금’의 비시간성을 보여준다. 그리고‘지금’의 운동성을 강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카메라의 움직임을 직접 애 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카메라 이동에 있어 캐릭터와 배경 및 각 요소를 분리, 광학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반해 슈비츠게벨은 거의 대부분, 특히 풍경을 묘사할 때의 카메라 이동을 캐릭터와 배경의 구분이 없이 23) Laura Mulvey, 앞의 책, p.17 - 90 - 직접 작화하여 해결하였다. 그리하여 기계적이고 평면적인 카메 라의 움직임에서 탈피, 대상의 변형을 첨가하여 더욱 스펙타클한 광경을 제공하게 된다. 그의 작품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인 끊임 없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곧 공간의 이동을 위한 주요한 장치이 다. 공간의 이동은 곧 관객에게 여행하듯 이미지를 경험하는 것 을 가속화시키는 동시에 끊임없는 현재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반복과 리듬미컬한 움직임, 그리고 카메라의 이 동 등의 경향은 1992년에 제작된 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 과 구별되는 점은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바로 표현대상의 변형과 끊임없는 카메라와 피사체의 움직임, 공간의 이동 등으로 관객에 게 독특한 시공간으로 여행하는 무수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5. 위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전체의 주된 내용은 말 타는 사 람들의 여정이다. 다양한 사람들(말 타는 사람의 변형, 노래하는 사 람, 오케스트라 등)과 아치형 건물 등의 풍경, 새 등이 등장하며 사운드로는 오페라의 웅장하고 리드미컬한 음향을 사용하고 있 다. 내용적으로 말을 타는 움직임의 변주를 통해 내러티브의 요 소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일반적인 극 - 91 - 영화 또는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이 작품은 슈비츠게벨의 다른 작품들처럼 표현대상들의 끊임없는 움 직임과 변형으로 대상과 배경공간이 다른 대상으로 녹아들고 미 끄러져 간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에 등장하 는 말 타는 사람들의 여행, 머리 빗는 여자, 배타는 사람들, 천 사의 합창 등 화면의 모든 움직임의 종극에는 트럭 아웃되면서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캐릭터들의 행동이 한 화면 내에 동시에 진행된다. 논리적 시공간의 관계를 찾아내려 했던 관객은 메타모 포시스로 연결되는 장면들 사이에서 유영하다가 최후의 이미지에 이르러 지금까지의 모든 장면들이 한 화면에 파노라마처럼 펼쳐 질 때 압도적인 전율을 체험하게 된다. 프레이밍된 화면을 살펴 보면 이 여정은 점차적으로 화면의 내부로 움직인다. 그리고 모 든 움직임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무수한 장면들이 독립적이면서도 한 화면의 일부분으로 존재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리듬과 반복은 이 작품에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재생의 순환고리를 제공하는 장치가 된다. 그림 6. 3. 표현장치 변형과 운동성 외에 슈비츠게벨의 작품에는 여러 표현적 장치 들이 있다. 우선적으로 슈비츠게벨이 다루는 형상들은 섬세하게 재현되지 않는다. 형상은 유지하되 여러 요소들을 생략하여 단순 하게 대상을 표현하고 여기에 붓질의 스트로크를 강화한다. 그래 서 마치 야수파의 마티스(Henry Matisse)나 표현주의의 회화, 포 - 92 - 스트모더니즘의 신표현주의 회화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그가 표 현하는 대상의 단순화와 스트로크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해체하지 는 않지만 움직임과 더불어 대상에 녹아들게 하는 장치가 된다. 또한 물감이 지닌 고유의 질감 또한 화면의 긴장을 불러 일으켜 대상의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그림 7. 애니메이션은 리얼리티에 있어 지표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다. 그 이유는 애니메이션의 이미지가 현실 대상과의 사진적 인 과성이 아닌 형태적 유사성에 입각해 형성되는 도상학적 (iconography)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은 애니메이션의 극중 사건이 비현실적이라고 인식하더라도, 감정적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인다.24) 이러한 도상적 표현과 붓질의 스트로크는 시공간 의 이동을 위해 변형과 끊임없는 움직임을 용이하게 만드는 기폭 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림 8. 또한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슈비츠게벨의 작품 전반에 24) 이종한, “새로운 예술형식으로써 디지털애니메이션의 환영성에 관한 연구”, 중앙대박 사학위논문, 2005. p.38 - 93 - 자주 다뤄지는 소재로 건물 등의 구조물과 더불어 대상의 그림자 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건물은 기하학적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차원의 변화를 만들기가 용이하다. 예를 들어 3차원이었 던 건물은 바로 변형되어 평면화되고, 다른 건물의 구조로 변하 는 등 사물과 차원의 변화를 통해 공간의 불가해한 요소를 강화 한다. 그리고 그림자는 그의 작품에 있어 작품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주요한 장치로 기여한다. 특히 슈비츠게벨은 건물 중 아치형의 회랑과, 건물과 인물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강화하는 것을 즐겨 사용하는데 이는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회화 를 연상시킨다.25) 슈비츠게벨의 작품 속의 회랑과 그림자는 키리 코의 작품처럼 공간에 움직임과 변형을 첨가하여 초현실적 풍경 을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슈비츠게벨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추상적 리듬의 표현이다., 등의 작품에 서 건물과 비, 번개 등의 자연현상들은 자연스럽게 패턴화되고 추상화되어 인지 가능하지만 곧 해체되어 기하학적이며 유기적인 추상형태로 재생된다. 아래의 그림 는 타이틀을 분해시켜 기하학적 추상의 구조로 변환된다. 그리고 이러한 추상적 구조는 시종일관 변형되어 끊임없는 추상적 리듬으로 화면을 채운다. 그림 9. 이들 사실적 재현과 추상적 형상과의 만남은 대상을 추상적으 25) 키리코는 1910년에서 1919년에 거대한 회랑(colonnade, 回廊)과 그곳에 깃들 인 거대한 그림자를 소재로 작품을 제작했다. 키리고의 대표작 <거리의 우수 와 신비>은 의도적으로 원근법을 해체, 공간적 모순을 기술적으로 조작함으로 써 초현실적인 효과를 얻는다. Victor I. Stoichita 저, 이윤희 역,『그림자의 짥은 역사』, 현실문화연구, 2006, p.201 - 94 - 로 환원, 기술함으로써 세계와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즉 표 현대상의 형태는 재현하되 대상의 일반적 지각을 폐기하고 순수 한 형태로 인식하게 하여 대상을 환원, 추상적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이러한 표현적 장치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사 물들을 낯설게 하여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능력을 확장시키게 한다. 그림 10. 마지막으로 슈비츠게벨 작품의 주요한 장치 중 하나는 ‘손’ 의 등장이다. , , 등과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손은 현실과 가상세계와의 매개적 기능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창조자 즉 작 가자신을 대변, 대상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일종의 마법사 역 할을 대신 한다. 이는 20세기 초반, 블랙턴이나 맥케이(Winsor McCay) 등 초창기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도 종종 보여 지는데 여기 서의 손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접경지대, 즉 현실과 환상의 문 지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에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손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마법같이 움직이는 그림을 만드는 일을 보여줌 으로써 창조자의 면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위의 그림들 을 보면 화면에 직접 손이 등장하여 대상을 제어, 창조하고 소멸 하는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Ⅳ. 결론 움직임을 창조하는 애니메이션은 미메시스에서 벗어나 독특한 - 95 - 방식으로 세상을 창조하는 일종의 환상적이며 마법적인 시공간적 표현이 존재한다. 이러한 표현방식의 배경에는 인간의 내적심리 를 묘사하는 의식의 흐름기법과 초현실주의의 표현장치들이 있 다. 그리고 베르그송, 프로이트 등의 철학적 개념들은 이들 표현 기법의 이론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슈비츠게벨은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시공간의 형성에 관심을 갖는 작가이다. , 등의 작 품들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구체적 형상과 공간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변형과 움직임으로 대상을 해체, 재구성하여 일 상의 일반적 시각을 초월한 독창적인 시공간을 창조하였다. 우선 그의 작품들은 시공간의 변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시 공간의 변형의 핵심적인 장치는 바로 메타모포시스이다. 메타모 포시스를 통하여 우리는 보고 있는 대상 안으로 ‘녹아들고’, ‘미끄러져’ 가게 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슈비츠게벨의 작품 에서는 캐릭터와 배경의 구분이 모호하다. 배경과 캐릭터가 뒤섞 여있고 심지어는 캐릭터가 배경공간으로 변하고 그 공간은 또 다 른 대상으로 변형된다. 그의 공간은 일상적공간과 시간이 넘나들 어 표현되어진다. 슈비츠게벨 작품의 또 하나의 커다란 특징은 ‘운동성’에 있 다. 앞서 언급했듯이 끊임없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더불어 표현대 상의 움직임은 반복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하게 구성되어있어 마치 춤을 추듯, 공간을 유영 하듯 시각적 쾌감을 제공한다. 리듬과 반복은 대상의 일반적 재현이 아닌 극적순간의 강화로 변하게 하 는 기능을 갖는다. 움직임은 지속하는 ‘지금’의 현존을 강조하 여, 물리적 구조로서의 시간표현이 아닌 ‘지금’을 끊임없이 보 여준다. 다시 말해 슈비츠게벨은 일반적 시간의 양적 개념을 초 월하여 질적인 것으로 변환하는 동시에 ‘비시간성’ 으로 환원, 끊임없는‘지금’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순환하는 공간과 시간 을 만들며 결국 일반적 시간개념을 부정한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표현적 시간을 만들어 내었다. 그래서 관객은 지속적인 변 형과 움직임으로 선형적구조의 체험이 아닌 끊임없는 시공간의 - 96 - 변형적인 흐름을 체험하게 된다. 또한 슈비츠게벨의 표현장치, 붓질의 스트로크, 추상적 형태와 그림자, 손의 등장 등도 작품의 분석을 통하여 시공간 표현의 변형을 강화함을 알 수 있었다. 결 론적으로 슈비츠게벨 작품들은 표현대상의 변형과 끊임없는 카메 라와 피사체의 움직임을 통해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공간을 제시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영역으로의 여행을 제공한다. 참고문헌 아담스 시트니, 박동현 역,『시각영화』, 평사리, 2005. 데이비드 하비, 구동회, 박영민 역,『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한울, 2005. 피오나 브레들리, 김금미 역,『초현실주의』, 현대미술운동총서, 2003. 할 포스터, 전영백 역,『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 아트북스, 2005. 로라 멀비, 이기형, 이찬욱 역,『1초에 24번의 죽음』, 현실문화연구, 2007. 마이클 러쉬, 심철웅 역,『뉴미디어 아트』, 시공사, 2003 . 매튜 게일, 오진경 역,『다다와 초현실주의』, 한길아트, 2001. 스티븐 컨, 박성관 역,『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휴머니스트, 2004. 빅터 스토이치타, 이윤희 역,『그림자의 짥은 역사』, 현실문화연구, 2006. 빌렘 플루셔, 윤종석 역,『사진의 철학을 위하여』, 커뮤니케이션북스, 1999. 박성수,『애니메이션 미학』, 향연, 2005. 조윤경,『초현실주의와 몸의 상상력』, 문학과 지성사, 2008. 서수정, “한국장편애니메이션의 공간정치학”, 중앙대박사학위논문, 2013. 이종한, “새로운 예술형식으로써 디지털애니메이션의 환영성에 관한 연 구”, 중앙대박사학위논문, 2005. 김홍균,「애니메이션 프레임의 구조적 장치에 관한 연구」,『한국애니메 이션학회논문』, 2009. 김홍균,「애니메이션에 있어서 데페이즈망에 관한 연구」,『한국만화애 니메이션학회논문』, 2013. Donald Crafton, Before Mickey, The Animated Film 1898-1928,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and London, 1982. Robert Russett, Cecile Starr, Experimental Animation, Van Nostrand - 97 - Reinhold Company, 1976. Roland Barthes, Camera Lucida, Hill and Wang, 1980. - 98 - ABSTRACT A Study on Transformational stream in Space and Time of the Animation - Focusing on the Georges Schwizgebel’s Works - Kim, Hong-Kyun Unlike the other media, the animation has its unique aesthetic characteristics. First, one of the media characteristics of the animation is creativity images of the hand drawn animation by shooting of frame by frame. Next the animation image which is created through metamorphosis obtain new space-time by unique motility. This paper treats of two parts of space and time in animation. One is the metamorphosis image of animation and the other is the motility. To concrete this, this paper analyzed Georges Schwizgebel’s Works. They are very interesting that the structural characteristics of the animation. Especially, , directed by Georges Schwizgebel are a good text for analyzing space-time of animation in that it combines various metamorphosis and motility with his expressions. The images of his works are continuously maintained transformational stream by his main expressions of metamorphosis and motility etc. This study focuses on analyzing the way of metamorphosis and motility function to make meaning in this texts. His works consist with metamorphosis and motility, and various moving images to let audience feel the characteristics of space and time in animation. We can experience numerous dual structures like space and time, freeze-frame and motility, rhythm and repetition, two dimension and three dimension, dissolution and reconstitution, abstract shape and concrete form etc from these cases. One of the main apparat is the emphasis of metamorphosis and motility by independent space of animation. Key Words : metamorphosis, motility, space-time, stream of consciousness, surrealism - 99 - 김홍균 한서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과 교수 (356-706) 충남서산시 해미면 대곡리 360 Tel : 041-660-1475 kanima@hanseo.ac.kr 논문투고일 : 2016.11.01. 심사종료일 : 2016.12.01. 게재확정일 : 201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