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호목차 http://dx.doi.org/10.14774/JKIID.2014.23.6.105 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Interior Design Vol.23 No.6 Serial No.107 _ 2014. 12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 105 르 코르뷔지에의 회화를 통해 본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 Reasons on the Body of Women from the Painting by Le Corbusier Author 전영미 Jun, Young-Mi / 정회원, 동주대학교 크루즈․해양 인테리어과 교수, 디자인박사 Abstract This study is intended to identify various reasons on the 'body' of women described in the paintings by Le Corbusier. As a great artist in the field of modern architecture, various figures of 'body' of women he painted were not a mere physiological body of a woman but a meaningful figure combined with many different types of concept in the social and cultural context. In the field of art, body is recently seen as a 'tool for thinking' that studies dealing with it are being actively conducted. Seen in this context, it is feasible to read the situations and causes at that time through movement and changes in the figure of women's bodies described in his painting. Even if it was a speculative inference, this study aimed examining what reasons and perspective Le Corbusier had when painting women's bodies and what message he intended to convey. Reasons on the 'bodies' of women derived in this study serve as an essence of mentality in understanding the spatial design that was constructed around the time of period. Adopting a different view from many of previous studies in the aspect of skills and spaces, it was intended to study changes in the complex and integrated causes in both spatial design and painting and re-interpret an essence of mentality of the spatial design in the humanistic approach according to the notions in society and culture. Keywords 르 코르뷔지에, 회화, 몸, 사유, 퓨리즘, 초현실주의 Le Corbusier, Painting, Body, Reason, Purisme, Surréalisme 1. 서론 1.1. 연구의 배경과 목적 르 코르뷔지에의 금욕적이고 모범적인 일상의 기록과 달리, 그의 그림에는 민망할 정도로 과감한 포즈를 취하 거나 무리지은 벌거벗은 여성들의 ‘몸’이 주로 그려져 있 다. 공간디자인 분야 역시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르 겠지만, 유니테다비타시옹 옥상에 설치된 여성의 젖무덤 같은 조형물이나, 여성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듯 의도 적으로 작게 설계된 롱샹성당의 북측 출입구, 그리고 여 성의 신을 섬기는 인도 찬디가르에 마지막 유작을 남긴 점 등을 보면, 그의 작품과 여성(gender)에 대한 문제는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르 코르뷔지에는 ‘회화’라는 도구로 시 지각이 끌어가는 세계를 담아내던 화가였다. 이후 공간디자인을 하면서도 그림을 그렸고, 근대건축 거장으로서 그가 그린 여러 형태의 여성의 ‘몸’은 그저 생물학적 여인 그대로의 몸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적 맥 락에 따라 여러 관념들이 복합된 하나의 의미체와 같은 것이다. 심리학자 베라 존 스타이너가 몸을 ‘사고의 도 구’로 보듯이1) 르 코르뷔지에가 그린 회화 속 여성의 몸 의 움직임과 형태변화로 당시 시대상황과 사유를 읽을 수 있다. 비록 사변적 추론이긴 하나 그가 여성을 주제 로 그린 그림을 통하여 어떠한 사유와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인지 연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여성의 ‘몸’에 대 한 사유는 비슷한 시기에 건축한 공간디자인을 이해하는 정신의 본질로서 작용한다. 기술과 공간적인 측면에서 연구된 많은 선행연구와 관점을 달리하여, 공간디자인과 회화라는 두 분야를 아우르는 융 복합적인 사유의 변천 을 추적함으로써 그의 공간디자인의 정신적 본질을 사회 와 문화적 관념에 따라 인문학적 접근으로 읽는 것에 연 구의 목적과 의미를 둔다. 1.2. 연구 방법 및 범위 1) Robert Root-Bernstein 외 1인, SPARK OF GENIUS, 생각의 탄 생, 박종성 옮김, 에코의 서재, 서울, 2007, p.220과 7장 몸으로 생 각하기 pp.213-237 참고.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106 <그림 1> ① 1915년 6월 15일자 Élan N°5 표지 ② 1915년 6월 1일자 Élan N°4 ③ Élan N°5 에 실린 ‘라 마르세예즈’ 국가를 부르는 어머니상, P. Mainssieux 작 ④ Élan N°5호에 삼국협상을 여신의 선물로 선전하고 있는 포스터, 오장팡 작 르 코르뷔지에는 세계 양차대전을 겪은 건축가이다. 제1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에 파리로 올라와 꿈꾸던 화가 활동을 하였으나, 지독히 가난했던 그는 오장팡처럼 부 유한 화가들과 문화적 괴리와 예술관점차이로 결국 건축 가로 전향하게 된다. 이후에도 경제공황과 제2차 대전을 겪으며, 죽기직전까지 일기처럼 그림을 그렸다.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그린 것들은 전시나 발표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격적인 형태와 개념으로 변화한 그의 후기 공간디자인을 풀어내는 사유의 단초들이다. 선행연구에 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시기가 학자들마다 혹은 연구자 의 연구목적에 따라 달라지지만2), 본고의 연구범위는 극 명한 대조를 이루는 회화적 관점에서 세계 양차대전을 기준으로 초기와 후기회화로 나눈다. 분류된 초기와 후 기의 회화시기에 지배했던 사상과 사회, 문화의 통섭된 맥락에서 여성의 ‘몸’과 관련된 그림을 분석하여 공간디 자인의 정신적 본질로서 작용한 주요사유를 도출하였다. 초기회화에서 도출한 사유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민족주 의, 이원론, 기하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며,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공간언어와 접목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후기 회화에는 초기와 다르게 자신의 시학을 드러내며 여러 분야의 예술과 종교, 사상이 혼용된 은유적인 사유를 보 인다. 사유의 근원은 초현실주의 화가와 예술가들 그리 고 문학 등에서 영향 받은 종합예술적인 영감이다. 이를 배경으로, 여성의 ‘몸’을 매개로 투영된 초현실적, 일원 적, 현상적 측면에서 그의 후기회화에 나타난 사유를 분 석하고자한다. 미국의 건축가 라이트의 경우도 르 코르 뷔지에처럼 후기 공간디자인이 예리한 각을 지닌 기하학 에서 유기적인 형태로 변화하였다. 형태의 변화는 전쟁 을 겪으면서 발달된 군사기술의 영향도 있겠지만, 인생 후반부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거장들의 공통된 사유 (la pensée)3)가 담긴 표현일지 모른다. 본고에서는 이점 을 주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2. 초기회화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 2.1. 초기회화의 시대상황 본고의 초기회화 시기는 르 코르뷔지에가 ‘샤를르 에 두아르 장느레’라는 이름으로 화가활동을 한 제1차 대전 전후이다. 그는 오장팡과 ‘퓨리즘(Purisme, 순수주의)’ 회 화를 제창하였지만, 미술사에서 ‘큐비즘(Cubisme, 입체 파)’ 만큼 주목받지 못하였다. 1925년 오장팡과 헤어지면 2) 전영미, 르 코르뷔지에 공간디자인에 표현된 회화의식 연구, 동아 대 박사논문, 2011, pp.32-33 작품시기 분류와 전영미, 르 코르뷔지 에 회화와 공간디자인의 상호관련에 관한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 회 제17권 6호, 2008, p.83 참고바람. 3) Le Corbusier, Mise au point, 르코르뷔지에의 사유, 정진국 옮김, 초판, 열화당, 파주, 2013 참고바람. 서 퓨리즘은 해체되었고, 이후 ‘르 코르뷔지에’라는 이름 으로 건축가로 활동하였다. 이즈음 프랑스는 전쟁의 피 해로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적으로 다양 한 이념이 난무하여 불안정했다. 특히 독일과 민족 간의 분쟁으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는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전쟁폐허를 재건하는 힘과 정신을 고취하는데 주 력하였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듯 그의 첫 번째 전시회에서 ‘큐비즘 이후(Après le Cubisme)’라는 소책자 4장에 ‘퓨리즘’을 선언한다. 말 그대로 이전의 큐비즘 업 적을 비판하고 단호한 선 긋기를 한 것이다. 그 내막을 보면, 피카소의 큐비즘이념이 프랑스 전통회화 방식을 무시하고, 독일에서 선호하는 미술이라는 이유로 일부 프랑스 화가들에게 외면을 받았다고 한다.4) 일찍이 르 코르뷔지에는 독일에서 베렌스 사무실에 일한 적도 있지 만, 역시 프랑스 민족주의 시각에서 ‘큐비즘’의 지나친 장식성을 규탄하고 그 대안으로 ‘퓨리즘’을 만든 것이라 하겠다. 퓨리즘이라는 용어의 뜻처럼 ‘순수함’은 역으로 큐비즘을 ‘불순함’으로 보는 대립되는 시각이다. 여기서 ‘순수함’이란 데카르트의 수학적 사고와 프랑스 전통 고 전주의에 내제된 합리성을 표방한 이성적인 정신을 말한 다. 1920년에 창간되어 25년까지 총28호를 발행한 ‘에스 프리누보(L'Esprit Nouveau)’ 잡지는 퓨리즘의 ‘순수함’ 즉 프랑스의 이성을 본격적으로 전파하는 선전물 역할을 했다. 그러므로 르 코르뷔지에의 에스프리누보 즉 ‘새로 운 정신’은 개인의 예술적 이념이라기보다, 당시 프랑스 민족사회가 당면한 과제였다. 퓨리즘의 ‘순수함’이 이렇 게 민족주의 사유와 관련됨을 프랑스 출신 오장팡의 예 술 활동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오장팡5)은 당시 큐비스트와 섞이지 않고, 독일철학에 대항했던 베르그송 의 이념을 지지하며, 프랑스 민족의 한사람으로서 민족 부흥을 위한 비평잡지 ‘엘랑(L'Élan)’을 출간하였다. 엘랑 잡지에 그려진 삽화와 글을 보면 <그림 1>처럼 4) 이슬비,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에 나타나는 민족주의적 특성, 이화 여대 석사논문, 2009, p.46 5) Amédée Ozenfant(1886-1966)은 프랑스 화가로 1915-1917년 L'Élan 을 발간, 이후 르 코르뷔지에와 Purisme회화를 제창하면서 Après le Cubisme, L'Esprit Nouveau 공동집필. 1900년에서 1차 대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예술과 문학, 과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 에 영향을 준 Henri Bergson(1859-1941)의 사상을 지지.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 107 <그림 2> ①번 페르낭 레제, 빨간 바탕 위에 세여인, 1927년 ②번 아메데 오장팡, 모성, 1941년 ③번 르 코르뷔지에, 가슴을 만지고 걸어가는 여인, 1932년 ④번 피카소, 엄마와 아기, 1921년 <그림 3> 르 코르뷔지에 그림에서 여성의 변형과정 ①번 위, 3명의 나부, 년도미상 ①번 아래, 목걸이를 한 앉아 있는 두 여인, 1929년경 작 ②번 ‘등 돌린 여성’, 1933년 작 ③번 위, 2명의 뚱뚱한 여인, 1932년 작 ③번 아래, 벌거벗은 두 여인, 1933년 작 ‘라 마르세예즈’ 국가를 찬양하며 비장한 마음으로 행진 하는 군인,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상, 프랑스의 승리를 기원하는 니케상, 여신들의 선물 등 애국심을 고취시키 는 내용들로서, 당시의 시대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이상 을 토대로, 르 코르뷔지에의 초기회화는 전후 프랑스 민 족주의와 전통을 바탕으로 재건에 필요한 새로운 정신을 수학적 사고와 순수이성을 통해서 보편화하려는 시대배 경 속에서 그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2.2. 초기회화에서 표현된 여성 르 코르뷔지에가 여행을 하면서 그린 그림은 건축을 ‘기억’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변풍경과 순간의 느낌을 스 케치한 것이다. 1907년 스케치에서부터 건축을 배경으로 그 지역 특성을 지닌 여성들을 그렸고,6) 원시자연의 ‘몸’ 을 통해 생명을 잉태하고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본연의 모습으로 여성을 묘사했 다. 파리에서 그린 그림도 어머니 마리와 부인 이본느를 모델로 순수모성을 느끼게 하는 풍만한 여성의 몸을 자 주 그렸다. 가족 외, 아틀리에 소속 직업모델로 추정되는 대담한 포즈의 벌거벗은 여성의 몸도 자주 그렸지만, 그 그림 역시 에로틱보다 여성의 강인함이 묘사되었다. 이 처럼 강인하고 원시모성을 느끼는 여성의 벌거벗은 ‘몸’ 은 본인 스스로도 ‘순수한 인간’으로7) 부르고 있지만, 당 시 프랑스 사회가 요구하는 ‘애국적인 몸’으로서 민족의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고 1930년 대까지 <그림 2>처럼 프랑스에 거주한 화가들이 앞 다 투어 여성의 풍만한 누드, 일하는 여성, 모성적인 여성을 회화주제로 그린 것도 출산을 장려하고 애국을 유도하는 사회분위기와 연관된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여성은 가족의 중심이 되는 순 수한 모성을 지닌 ‘어머니’로서의 역할만 해야 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가 추구하는 암묵적 세뇌 대상이었다. 르 코 르뷔지에의 초기회화에 그려진 여성들도 이러한 사회현 상을 수용하며 위계적인 이분법으로 표현되었다. 특히 6) Le Corbusier, Le Corbusier une encyclopédie, Centre Georges Pompidou, Paris, 1987, p.105, FLC, 데생 no.5137, 데생노트 no.10 7) Le Corbusier, Précision, 프레시지옹, 정진국, 이관석 공역, 동녘, 서울, 2004, p.61 어머니를 중심으로 가족풍경을 많이 그린 페르낭 레제를 알고부터 그는 대량생산하는 기계의 힘과 움직임을 여성 의 ‘몸’으로 표현했다. 그의 일상 속 여인8) 중에 조세핀 베이커를 그린 그림에서는 몸의 각 부위를 드럼통 같은 형태로 연결하여 춤추는 동작을 표현하고, 얼굴과 눈, 코 등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변화하여 기계적인 느낌을 더했 다. 당대 재즈복장과 원초적인 관능의 춤으로 유명했던 그녀의 절도 있는 춤동작에서 여성의 ‘몸’이 움직일 때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기계의 대량생산하는 움직임과 결부하여 새로운 시대의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 지만 여성의 움직임을 마치 기계가 움직이는 것으로 연 상한 점은 그도 역시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어머니를 제 외 한 여성을 정신과 몸을 분리하여 바라본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러한 예증은 <그림 3>처럼, 처음 반듯하게 서있던 여성은 앉거나, 옆으로 누운 자세로 바뀌고, 점점 등을 돌리거나, 얼굴 없이 몸통만 움직이듯 누가 누구인 지 알 수 없는 덩어리처럼 묘사한 것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초기회화를 통해 본 여성은 개인의 인격과 정 신, 그리고 내면을 느낄 수 없는 존재이지만, 생명을 탄 생하고 종족을 번식하여 가정과 국가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순수한 인간 즉, 원시모성의 ‘몸’으로서 프랑스 민 족주의적 함의를 지닌다 할 수 있다. 2.3.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 (1) 민족주의적 사유 외젠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에서 볼 수 있듯이 순수하고 강인한 여성을 앞장세워 위 기를 극복하는 이미지는 곧 프랑스의 국가 이미지였다. 누드화가 금지된 전통회화 속에서 가슴을 노출한 여성은 8) 르 코르뷔지에의 일상 속 여성은 73세까지 함께한 어머니 마리 (1860-1960)와 Cote d'Azur의 작은 마을 문지기(집시) 딸로 태어 난 부인Yvonne Gallis(1892-1957),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한 가구 디자이너Perriand Charlotte(1903-1999), 가구와 인테리어, 건축디 자이너 Eileen Gray(1878-1976), 1920년대 파리의 검은 비너스 Josephine Baker(1906-1975년)이다. 林 美佐著, 再発見/ル コル ビュジエの絵画と建築, 1版, 東京, 彰国社, 2000, pp.176-186 참고.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108 대부분 여신을 상징한다. 이렇게 들라크루아의 신격화된 여성이나, 오장팡의 엘랑 잡지에 그려진 신화 속 여신들 은 언뜻 보기엔 여성숭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면에 는 특정집단이나 지배계급에 의한 ‘대상화된 여성’으로서 프랑스 민족을 융합하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목 적으로 계몽되는 순수한 ‘몸’의 이미지이다. 여기에 르낭 은 프랑스 민족주의를 원초적인 민족이 아니라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통치방식이 필요한 엘리트 집단 이 민족의식이나 충성을 애국심으로 조장하며 민족을 하 나로 결집하려는 집단 이데올로기로 정의한다.9) 르낭의 정의대로 프랑스 정부는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서 지역주민의 융합과 ‘대상화된 여성’으로서 사회의 기초단위가 되는 가족개념을 중요시해야했다. 이때 가족 의 가치는 봉건적 가문의 의미가 아니라 근대사회의 초 석이 되는 ‘가정’이다. 그 속에 남성은 공적인 역할을 담 당하고, 여성의 몫은 가정과 가족을 지켜야하는, 당시 사 회문화 전반에 깊게 뿌리를 내린 남녀의 전형적인 성역 할이 존재했다. 그래서 전후 남성적 관점에서 여성은 어 머니와 주부의 역할을 해야 하는 프랑스의 순수한 ‘몸’ 이미지였다. 이를 바탕으로, 르 코르뷔지에가 그린 벌거 벗은 여체는 자연을 연상시키는 여성의 원시성과 순수함 에 모성신화가 더해지면서 여성 우상화로 보인다. 하지 만, 여성의 나체성은 남성중심의 사고에서 보면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는 시선과 중첩된다. 회화에서 옷10)은 특 정한 사회의 소속을 의미하고, 옷의 부재는 사회에 대한 거부, 또는 그 사회로부터의 추방으로 해석된다. 부연하 면, 옷을 입은 모습과 벌거벗은 모습 사이의 거리는 문 명과 자연이라는 이원론과 여성들이 남성들의 사회에 편 입하지 못하고 남성지배하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직적 사고는 프랑스 민족주의 사유의 핵심이 다. 르 코르뷔지에도 종족에 대한 글을 언급할 정도로 가족의 테두리 내에서 성적욕망을 억제하고 열심히 일에 매진하는 것이 민족을 구성하고 부흥할 수 있다는 사회 적 함의에 동의했는지 모른다. 이는 자신의 작품을 사회 적, 정치적으로 무관하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가정을 가족의 신전으로 만드는 것’은 가정이라는 사적영역의 최고권위를 여성에게 부여하기 위해 주택을 성전의 여신 이 머무는 신전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1920년 9) Joseph Ernest Renan(1823-1892)은 프랑스의 언어학자, 철학자로 서, 19세기 유럽의 민족개념은 태고에 존재한 것도 아니고, 혈통을 공유하지도 않고, 공통된 문명을 가지고 뭉쳐진 여러 국가들의 공 동체로 보고 인종, 언어, 역사, 종교가 같아서라기보다 함께 살려 는 의지와 동의가 민족을 구성한다고 했다. Renan, E., Qu'est-ce qu'une nation, 신행선 옮김, 민족이란 무엇인가. 서울, 책 세상, 2002, p.114를 보면, 스위스출신의 르 코르뷔지에가 프랑스 국적을 얻기 전에도 프랑스 민족주의를 적극 수용한 점은 르낭의 민족주 의 관점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10) 조윤경, 초현실주의와 몸의 상상력, 초판, 문학과 지성사, 서울, 2008, pp.64-65 경제적 유형의 시트로앙 주택을 비롯하여 1923년 페삭 주거단지, 1925년 에스프리누보관의 표준화된 집합주택 모델, 그리고 부아쟁 계획 등과 같은 지역주민이나 가족 단위의 공동체 공간을 계획한 것을 볼 때 이러한 민족주 의 사유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음을 알 수 있다. (2) 이원적 사유 르 코르뷔지에가 그린 강인하고 풍만한 여성은 민족주 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여성상을 강요하는 남성이 창조 한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나 다른 사상적 측면에서, 계몽 주의와 같은 근대철학은 인간을 신에서 분리하여 모든 근원을 자연에 두었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 가 되어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하는 어머니는 우주를 이 루는 근본원리로 존경의 대상으로 보았다. 이런 측면에 서 그가 그린 벌거벗은 여체는 원시모성을 지닌 원초적 상태로의 회귀로 봐진다. 비록 지적이고 정신적 교류를 나누는 대상이 아닐지라도, 덩어리로 군상을 이루는 여 성의 ‘몸’은 생물학적 여성보다 자연과 대립되는 순수한 인간의 표현에 가깝다. 그래서 자연과 대립되는 인간으 로서, 여성이미지에 투영된 우주로서 어머니상, 그리고 남성과 대립되는 비인격적인 존재로서 여성이 그의 화폭 에 혼재해 있다. 어느 쪽이든 이원적 사유를 주목하면, 건강한 몸과 정신을 분리한 여성의 몸은 ‘기호로서의 몸’ 이미지로 변화한다. 몸 이미지가 기호화하면서 자연과 대립되는 인간에게는 몸에 달린 눈이 아닌 정신의 눈으 로서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사유가 형성된다. 그래서 군상을 이루는 몸 덩어리는 정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 의 확장된 사유의 표현이다. 정신과 몸의 이원화로, ‘몸’ 에서 분리된 정신은 ‘순수의식’ 그 자체로 ‘몸 없음’11)을 뜻하지만, ‘정신’은 단지 보는 수단에 불과한 ‘몸’에 비해 보는 주체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변형이 가능한 것 이다. ‘정신’의 눈으로 사브아 주택의 ‘수평연속 창’을 보 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은 덩어리화 된 여성의 ‘몸’ 처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정신’과 대립되는 배경이 된다. 이때 ‘몸’은 단지 움직이는 도구가 되고, ‘정신’이 주체가 되어 각 방을 연결하는 좁고 긴 복도와 경사로를 따라서 창밖 자연과 끊임없이 상호관계를 가지며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카르트적 코기토12)를 형성한다. 그래 서 그의 ‘수평연속 창’은 순수 기하학에서 존재하는 순수 코기토로 몸과 정신의 이원화를 예증하는 픽처레스크 개 념이 담겨있기에 창을 통해 지각되는 모든 만물을 사유 의 내용으로 만드는 즉, 사유하는 공간언어인 셈이다. (3) 기하학적 사유 11) 이지훈, 예술과 연금술, 초판, 창비, 파주, 2013, p.308 12) Descartes, René(1596-1650)는 각 개인을 주체로 확립한 근대성의 선구자로 서양 사상에 중요한 의미를 차지. 데카르트적인 코기토 (cogito, 사유하는 나)는 ‘육체적 나’가 아니고 ‘정신적 나’의 2원적 대립으로 ‘정신’을 바탕 한 철학. 임석재, 기계가 된 몸과 현대 건 축의 탄생, 초판, 인물과 사상사, 서울, 2012, pp.169-183 참고바람.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 109 <그림 4> 오브제타입의 기하학적인 형태들의 중첩 및 규준선 ①번 Charles-Édouard Jeanneret (Le Corbusier)의 ‘책과 접시 더미가 있는 정물화’ (1920년) 위에 1:2 비율의 규준선 (필자편집) ②번 오브제들의 중첩 (필자편집) ③번 라로쉬 주택(1923-25년)의 식당 브릿지 부근의 벽면 중첩 르 코르뷔지에는 주택을 살기위한 기계라고 정의하면 서 인간의 정신을 창조하는 것은 기계가 지니는 역할 중 하나로 보았다. 그래서 그의 퓨리즘은 프랑스 정신을 기 계미로 표현한 것으로, 그가 주장한 에스프리누보이며, 이성을 통한 사유이다. 이성은 경험과 대립되는 인식의 문제로, 보편성을 지닌 수학적 바탕에서 순수기하학으로 읽혀지는 지성적 공간을 형성한다. 이런 지성적 공간은 몸과 몸이 처해있는 세계 상황으로부터 성립되어 나온 다. 예를 들면 순수기하학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각도와 방향 등은 우리의 ‘몸’이 세계 속에서 일정한 위치를 잡 고, 다시 다른 위치로 향하면서 공간을 인지하게 되는데, 조광제의 책에서 이런 길잡이를 역선에 의한 것이라 한 다.13) 역선은 기하학적 공간에서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미 여러 방향으로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구조 나 지각의 상황을 ‘몸’은 상상을 통해 형태를 지각하고 이념화하면서 기하학적인 사유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러한 기하학적 사유는 ‘전형적 오브제(l’objet-type)’로 그 려진 그의 퓨리즘 회화에서 눈에 비친 오브제의 속성대 로 보지 않고 <그림 4>처럼 오브제가 겹쳐지는 선과 면 을 보는 이의 감각, 태도, 양식에 따라 대상과 대상을 융 합하여 새로운 구조로 인지하면서 그림을 보는 것과 같 은 맥락이다. 그래서 기하학적 공간을 흔히 정신적 혹은 관념적이라 고 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기하학적 사유는 기계에 의 해서 확장되고 보편화한다. 그의 자료에서 직각14)에 대 한 찬미는 기계로 은유된 궁극의 기하학적 사유이다. 그 리고 여기에 움직임을 개입하면, 몸과 정신으로 이원화 된 여성의 ‘몸’은 움직이면서 지속과 시간이 공존하는 공 간의 무한성을 표현한다. 공간의 무한성에는 보이지 않 13) 조광제, 몸의 세계, 세계의 몸, 초판6쇄, 이학사, 서울, 2012, pp. 414-415, 역선(lignes de force)에 대한 설명 참고. 14) ‘직각은 인간이며, 우주의 큰 몸짓’이라고 했다. 그의 건축은 직각 에 의해서 세워지고, 수평과 수직의 직교에 의해서 계획된다. 직각 은 건축만이 아니다. 인간 사고의 근원이다. 그가 아버지를 보낸 후 ‘죽음을 수직에 대한 수평으로 정의’하였다고 한다. 1965년 8월 27일 ‘수직으로 서있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수평선(바다)에 누워 잠들었다’고 보겐스키는 회상한다. F.L.C., Le symbolique, le sacré́, la spiritualité, éd. de la Villette Paris, 2004, pp.118-119 는 역선에 의해 바라보는 주체가 지각하는 범위를 만들 어낸다. 르 코르뷔지에 회화에서 나타나는 화면의 분할 선은 역선처럼 무한 반복하는 움직임을 분절하고, 또 다 른 구조를 지닌 세계로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화면의 분할 선은 공간디자인에서 규준선(tracés régulateurs)이 라 부르는 것과 같으며, 이는 기하학적인 사유에서 비롯 된다. 3. 후기회화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 3.1. 후기회화의 시대상황 본고의 후기회화는 퓨리즘 해체 이후 독일군 점령으로 피레네로 피신하여 생애 가장 음울했던 과도기와 제2차 대전 전후에 작업한 것이다. 이 시기는 프랑스 지성인과 예술가들도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과 유일 신앙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원화로 분열된 의식의 양면성, 이성에 대 한 회의 등으로 사상적 방향을 잃은 때이다. 특히 기계 생산은 일상을 표준화, 획일화하여 모든 것을 보편화하 였고, 순수이성으로 인간의 주체성을 나타내는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서 후설, 하이데거, 헤겔 등의 독일철학을 공부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이 대전 후에 큰 영향 을 주었으며, 여기에 다른 이론이 결합하여 다양한 프랑 스 실존주의가 생겼다. 사르트르는 예술작품의 본질을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두고, 비현실적인 상상력으로 대 상을 보았다. 이는 인간본성을 무의식에 두고, 무의식 세 계를 탐구한 도스토예프스키와 프로이트, 그리고 초현실 주의자들이 추구하던 이념과 같은 맥락을 보였다. 르 코 르뷔지에는 피카소와 사르트르, 프로이트 등의 급진적인 사상에 영향을 받았고15) 기존의 관례와 전통을 타파하는 예술가들과 친분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오장팡과 결별한 후 그의 후기회화에는 퓨리즘의 명확한 기하학적인 선과 다르게 유기적인 선으로 무엇을 그렸는지 보는 이에 따 라 해석이 다른 불명확한 형태의 모티프가 나타난다. 현 실을 초월한 잠재의식에서 분출된 관념들이 무작위로, 미완성된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그려진 것들이다. 이러 한 르 코르뷔지에 그림들은 기법과 회화주제를 보면 초 현실주의 화풍과 흡사하지만, 퓨리즘과 달리, 미술사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후기회화에 그려진 모티프는 인생에 대해, 인간에 대해, 사물의 본성에 대해, 그의 무 의식 세계를 폴 엘뤼아르16)처럼 시와 그림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점에서 초현실주의 화풍의 후기회화는 당대 지 15) Nicholas Fox Weber, C'était Le Corbusier, fayard, Paris, 2008, p.27 16) Ibid., p.525와 조윤경, op. cit., pp.421-423를 참고하면, 부부모임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엘뤼아르가 형상화한 몸 이미지와 여성의 몸, 풍경에 관한 생각, 손에 대한 생각 등이 르 코르뷔지에 판화집 에 실린 도상들과 비슷한 점에서 엘뤼아르의 영향도 받은 듯하다.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110 <그림 5> 르 코르뷔지에 그림 중, 여성의 자리에 황소가 등장하는 과정 ①번 앉아있는 두 여인, 1929년 작 ②번 서커스, 여성, 말, 1929년 작 ③번 벽화, 1960년 추정, ④번 Taureau(황소), 1952년 작 성인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까지 섭렵 한 르 코르뷔지에의 후기 공간디자인의 정신적 본질이 되는 사유로 읽을 수 있는 근거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3.2. 후기회화에서 표현된 여성 <표 1>처럼 후기로 접어드는, 포스트 퓨리즘 시절은 기 하학적 표현이 사라지고, 전형적인 초현실주의 화풍은 아 니지만, 1928년에 본인 스스로 ‘시적 반응을 일으키는(à réaction poétique)’ 것이라고 언급한 오브제를 대상으로 서 정적 그림을 그렸다.17) 이즈음에도 여성을 꾸준히 그렸지 만, 그는 ‘시적 반응을 일으키는’ 또는 ‘일으킬 수 있는’ 모 든 사물에 무한한 창조적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 하였다. 물론 사물을 시적 대상으로 보는 것은 초현실주의 작가 브르통에 의해 이미 사용된 것18)이지만, 대상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티프 로 변화하고 거기에 새로운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다. 구분 초기 후기 이미지 특성 자연과 대립되는 순수 모성을 지닌 여성과 남성과 대립되는 비인 격적인 존재로서 이원 화. 주로 일하는 여성, 움직이는 여성을 그렸 다. 르코르뷔지에, 음 악 홀 no22, 1926년 작 좌) 배는 바다를 연상, 초기의 주택처럼 조직된 세계를 실현하는 에스프리누보를 상징하고 여 성은 배경으로 존재한다. 르 코르뷔지에, 여성 과 밧줄 그리고 배, 1932년 습작. 우) 자연의 언어로 말하는 무수한 증거들 또는 시적반응을 일으키는 대상이 여성형상으로 변 신하는 습작. 르 코르뷔지에, 시적반응을 일으 키는 오브제, 1938년 습작 <표 1> 초기와 후기의 여성 이미지 초기회화에서 사물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던 시선이 이 렇게 서정적으로 변화한 이유는 건축적 불황, 자식처럼 키우던 개의 안락사,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 등과 같은 일상 속 슬픔을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주변 의 비활성인 개체에 감정을 불어넣어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 그리고 그 경계에서 모든 자연적인 대상에 에너지를 생성하고 부활하려는 초월적 힘과 같은 그 무 엇을 원한듯하다. 이런 추측은, 보는 이의 상상력에 따라 후기회화에 표현된 오브제가 지니는 감정이 달리 해석되 17) Post-purism은 1925-28년 사이로, Mise au point에서 1928년을 기 준으로 회화주제를 나눌 정도로 중요한 시기이다. 1930년대 시적반 응을 일으키는 회화는 전영미, op.cit., pp.77-79와 Jean Jenger, op.cit., p.121 설명 참고바람. 18) Kenneth Frampton, Le Corbusier, Thames & Hudson, London, 2001. p.204 듯, 마네킹과 같은 모티프는 초기회화 속 비인격적인 여 성의 몸을 부활시키는 상징으로서, 장갑은 생명의 따스 함, 조가비는 탄생 등과 같은 은유적인 표현들로 뒷받침 한다. 사물을 시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여기에 음악적 감 흥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감각적으로 변화하는 후기회화 에서 주목할 부분은 추상적인 모습의 여성 옆에 명확한 선으로 화면을 분할한 자리에 ‘황소’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즈음 초현실주의 멤버들은 신화와 연금술에 흥미를 느 껴 황소를 다양한 시각에서 묘사한 내용을 잡지에 개제 하였는데 이때 르 코르뷔지에도 황소신화에 영향을 받았 다. 이는 그가 그린 황소가 초현실주의 화풍으로 그려진 피카소19)의 황소와 아주 흡사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황소는 이중섭의 ‘소’ 그림처럼 작가 자아의 모습이다. 르 코르뷔지에도 황소를 1952년부터 수년간 시리즈로 그렸다. 처음엔 여성 옆에 나란히 앉아 있다가 어느 듯 여성의 모습과 형체가 섞여 폭력적인 황소로 변 모하기도 하고, 황소 각 부위가 분해되어 날아가는 모습 등 다양한 형체의 황소로 <그림 5>처럼 변화하였다. 황소 외에 자아표현은 여성의 몸을 빌리기도 하고, 당 시 유명한 연극 주인공 위비를20) 통해서, 혹은 새, 돌과 같은 다양한 화신으로 묘사했다. 따라서 후기회화에서 여성의 ‘몸’은 ‘몸’ 그 자체가 아니라 사상과 꿈을 일으키 는 도구로서 다른 것을 환기하는 기능을 한다. 환기의 궁극은 자아표현으로서 초현실주의 작가처럼 연금술과 범신론적 사상으로 몸의 내부를 새롭게 배열, 재현하면 서 여성의 ‘몸’을 제3의 혼종적인 형상으로 일원화했다. 19) 르 코르뷔지에는 평소 피카소의 재능을 높이 인정하고 존중하였다 한다. 피카소의 황소머리 조형물과 1945년 석판화, 토템조각 등을 보면, 르 코르뷔지에의 황소시리즈와 석판화집 ‘직각의 시’ 화풍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Brassaï, Conversations avec Picasso, 피카 소와의 대화, 정수경역, 초판, 에코리브르, 서울, 2003, p.458와 André Wogenscky, Les Mains de Corbusier, 르 꼬르뷔제의 손, 이상림 옮김, 초판, 공간사, 서울, 2006, p.36 참고정리. 20) Alfred Jarry(1873-1907)의 연극 ‘위비왕’에서 어리석음을 상징하는 주인공 위비를 자신으로 표현. 1946년 4번째 ‘작품전집’에 실린다. 1954년 데생수첩에는 1534년 출판된 라블레의 Pantagruel에 나오 는 식탁과 병을 그린 그림이 있다. 인간이 육체를 통해서 바라본 육화된 세계의 모습과 팡타그뤼엘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그 의 후기회화에 교묘하게 결합되어있다. 후기는 이렇게 문학과 연극 에 걸쳐 주요예술의 종합화를 추구했다. F.L.C., Le symbolique, le sacré́, la spiritualité, éd. de la Villette Paris, 2004. pp.121-122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 111 일원화한 혼종적인 몸은 다시 뿔, 코, 손 등 몸의 각 부 위가 해체되어 육화21)된 몸의 형상으로 신성화하여, 또 다른 차원의 감각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이는 곧 후기 공간디자인의 정신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근원이 된다. 3.3.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 (1) 초현실적 사유 1940년경 피레네 오종마을에 은둔하던 시기는 미술사로 보면 초현실주의가 무르익은 때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뒤엉키는 인간의 욕망과 부조리 상황에 주목하였다. 이는 인간 누구나 꿈을 실현하고자하는 본연 의 모습을 ‘욕망(désir, 에로스)의 실현’22)으로 보는 프랑 스 실존주의 철학이론에 근거를 둔 것이다. 앞에서 언급 한 ‘시적 반응을 일으키는’ 대상을 그린 은유적 표현의 그 림에서부터, 그 은유로 르 코르뷔지에 자신의 내면에 있 는 자아표현이라는 ‘욕망’을 주목하면, 후기회화는 초현실 적 사유가 기본이 된다. 부연하면, ‘욕망의 실현’이라는 관 점에서 연맹회관과 같은 프로젝트가 무산된 후의 씁쓸함, 세간의 외면과 오해, 그리고 지인의 죽음 등으로 심적 고 통을 받으면서 무의식적으로 ‘힘을 가진 자아’ 혹은 ‘자기 애’로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해명하려는 마음에서 기록 하듯이 초현실주의 사유로 그림을 그린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그는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의 화신으로서 황소를 오랜 시간에 걸쳐, 형태 를 변형하고, 신화 속 다양한 인물로 바꿔가면서 ‘힘 있는 자아’ 표현에 주력하였다. <표 2>처럼 자아표현은 일찍이 베렌스의 영향23)으로 자신을 불멸의 힘을 지닌 독수리로 동일시했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이후 독수리 표현은 약간 음울한 이미지이지만, 자신의 이름과 연관된 ‘까마귀’로 바 뀌었다. 인도 찬디가르 의사당 정면에 걸린 벽화에는 까 마귀가 범(梵)의 화신처럼 자신이 다녀간 흔적으로 보이 는 사인이 있다. 이러한 까마귀, 독수리, 황소 등과 같은 화신은 영혼불멸의 힘을 지닌 무한한 존재로 초현실주의 작가들도 자주 다루는 주제였다. 그 중에서 황소는 과도 기에서 후기로 넘어오면서 어느덧 여성의 모습은 사라지 고 남성인지 여성의 몸인지 구분 할 수 없는 제3의 황소 모습 하나의 형태로 변화한다. 제3의 황소모습은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이라는 구분과 경계를 없애면서 초월적인 자아의 욕망이 분출하여 창조된 혼종적인 몸이다. 21) 조윤경, op. cit., p.56 22) Le Corbusier, La Maison des Hommes, 인간의 집, 손세욱, 스페 이스타임, 서울, 2008 p.136, 거장의 도표 참고. 23) Kenneth Frampton, op.cit., pp.200-201과 F.L.C., op. cit., p.23, 참고. 이미지 특성 독 수 리 좌)1909년, 부모에게 보낸 카드에 자신을 독 수리로 표현. 우)태양 아래 끊임없이 선회하는 독수리로 니체의 영원회귀 법칙의 전형을 묘사. 찬디가르 의사당 벽화 중 일부 발췌. 황 소 좌) Taureau III, 1953년 작. 우) 직각의 詩 알파벳C층의 몸(Chair, 육체, 살)을 나타내는 곳에 황소형상을 한 악마 벨 제부브를 자신의 분신으로 표현한 도상. 까 마 귀 좌)자신이 장 퍼티와 함께 다녀감을 알리는 듯 까마귀로 사인을 한 부분. 찬디가르 의사 당 출입구 에나멜벽화 중 일부 발췌. 우) Unité, 1953년 작. 현 자 의 돌 좌)조개껍질을 시작으로, 바다의 돌은 연금술 의 최종 목적인 ‘현자의 돌’로 변화한 직각의 시B3 스케치. 우)여인과 소라, 1940, 직각의 시 c층 도상. 위 비 어리석음 상징하는 위비왕을 자신으로 표현 한 조각. 좌) Ubu, 1947 우) Ubu, 다색채 조각 습작, 1964 <표 2> 후기회화에서 자아표현 혼종적인 몸은 몸의 특정부위가 강조되거나, 해체, 다시 융합하는 재구성 과정을 거쳐 영원히 새로워지는 몸으로 거듭난다. 일종의 순환이고 윤회이다. 그의 유명한 ‘열린 손’은 몸의 부위가 파편화하면서 기존가치와 현실을 전 복시키는 동시에 우리의 내면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메 시지가 담겨있다. 이렇게 몸의 일부로 육화된 메시지는 ‘몸’이 지니는 현실과 형이상학적인 차원을 융합한다. 조 윤경의 책에서 조르주 말킨, 앙드레 마송 등과 같은 초 현실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한 무리를 이루는 나체의 여성은 자연풍경과 동일시된다고 한다. 르 코르뷔지에와 마지막까지 대화를 나눈 브로샤이의 작품에도 풍경으로 변신한 누드사진이 있다.24) 이러한 경향은 전후 황폐화 된 국토를 다시 복원하고자 풍경화를 회화주제로 전시했 던 화단의 영향도 있지만, 여성의 ‘몸’을 대지, 바다, 창 공의 풍경과 같은 자연으로 은유하여 <그림 6>처럼 자 연과 몸 사이에 주체와 객체라는 의식과 무의식의 간격 과 경계를 없앤 완전한 합일체로 자연을 바라본 시각이 다. 어쩌면 르 코르뷔지에가 아크로폴리스의 높은 장소 에서 아래로 넓게 펼쳐지는 시선에서 받은 감응이 이와 24) 조윤경, op.cit, p.70와 Brassaï, op. cit., p.121 참고.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112 <그림 7> 뿔 달린 여성의 다양한 모습 ①번 유니콘 여인과 검은 황소, 년도 미상 ②번 알제의 시 표지, 1950년 ③번 직각의 시 D3 도상, 1947-1950 ④번 너의 손에 나의 날개를 달아줘, 1946년 작. <그림 6> 르코르뷔지에 그림에서 몸과 풍경의 일체화 과정 ①번 파란 수영복을 입고 옆으로 누워있는 여인, 1933년 습작 ②번 Deux figures en gris, 1936년 작 ③번 둘 사이(Entre-deux) 9번 석판화, 여성의 몸이 외부로 나와 대지와 함께 풍경으로 변화. ④번 변화한 풍경을 배경으로 픽처레스크한 창을 통해 사유한다. 같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이러한 예증은 여성의 ‘몸’이 서 있는 자세에서 누운 자세로 바뀌면서 자연의 유연한 굴곡처럼 악기형태로 보이기도하고, 몸과 배경을 이루는 풍경처럼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제3의 선으로 그려진 그림에서 볼 수 있다. ‘몸’과 ‘풍경’의 일체화는 언급한 픽 처레스크한 창을 통해서 그리고 롱샹성당의 언덕 진입로 에서부터 느껴지는 형언 할 수 없는 감응처럼, 자연과 몸 과 건축의 완전한 일체에서 느껴지는 현상적인 것이다. (2) 일원적 사유 후기에 들어 르 코르뷔지에의 민족주의 사유는 피카소 의 권유로 잠시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하여 파시즘으로 흘렀지만, 곧 민족의 ‘하나됨’을 지향하는 사고를 보였다. 이는 그의 애국심 발로로 볼 수 있지만, 당시 민족성을 영혼인 동시에 육체로 보고, 둘을 합쳐 하나로 된 영혼 을 민족의 정신적 원리로 주장한 르낭의 민족주의를 수 용한 듯하다. 특히 가정이 확장된 것을 사회적 집단이라 고 정의하며, 조상들에 대한 숭배를 가정의례로 강조한 르낭의 민족적 감정에 그는 같은 생각을 보였다.25) 예를 들면 자신의 이름 르(Le)가 태양을 의미한다거나, 본명 샤를르(Charles)는 성(聖) 로쿠스 (라틴어:카를로)와 같은 성인의 후예26)로서 로쿠스의 아이콘인 ‘가리비’를 자신의 묘소나 롱샹성당에 사인처럼 넣는 등, 후기에 들어 조상 의 종교와 관련한 도상이나 자료들이 많은 점에서 느낄 수 있다. 일찍이 동방여행에서 ‘종족은 달라도 인간 본연 의 모습은 같다’는 그의 인본주의 인간관을 보인 기록도 있지만27), 다른 한편으로 무한한 우주 속에 인간의 무능 과 나약함을 자각하여 그리스도교의 성인처럼 초월적인 자아를 꿈꾸며 신성과 닮아가려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래서 욕망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초월적 자아를 꿈꾸던 사유가 민족과 조상, 그리고 자신의 종교 를 돌아봄으로써 신과 같은 존재의 강력한 힘으로 거듭 25) Renan, E., op.cit., pp.76-80, 르낭의 유럽중심의 민족주의와 종교 관, 의식, 가정의례에 관한 내용 참고바람. 26) 林 美佐著, op. cit., p.155 와 Kenneth Frampton, op.cit., p.202 “My origins lie...(중략) the name Jeanneret is...(중략) we are Albigensians...(중략)" 참조 27) Jean Jenger, op. cit., p.27 나고 부활의 의지도 함께 더해진 듯하다. 이러한 욕구는 신화와 연금술로 응축된 후기회화의 다양한 모티프에서 여러 정체성을 담지한 몸의 형태로 읽을 수 있다. 1947 년에서 1950년까지 작업한 그의 석판화 집, ‘직각의 시’ 구성 체계28)의 중앙에 ‘내 가정의 수호천사’의 이미지로 거대한 손에 덮인 한 쪽 날개를 가진 뿔 달린 여성이 등 장한다. 그의 부인 이본느를 의미화한 것이다. 뿔이 달린 여성은 1950년 ‘알제의 시’의 표지에도 나타난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아우르며, 옆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수직 으로 오르내리며 하늘의 빛깔로 동화한다. 이때 여성의 몸은 현실적인 육체를 잃고 곧 풍경이 되기도 한다. 이 렇게 후기는 초기회화에서 정신과 몸으로 이원화한 세계 관이 확장된 연금술에 의해, 정신과 몸이 융합되어 새로 운 의미를 지닌 한 몸을 이루고, 마치 성상화를 보듯 신 성한 거듭나기로 이어진다. 부연하면, 뿔 달린 여성은 <그림 7>처럼 연금술로 변형된 황소처럼 대립하던 남성 과 여성이 하나로 융합하여 얻어진 새로운 창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남성과 여성, 인간과 자연, 신과 인간 등 대립 하는 것의 ‘일치’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대립하 는 것들의 ‘공존과 소통’을 상징하고 곧 존재의 근원은 하나임을 암시한다. 르 코르뷔지에 인생 후반부는 이렇 게 그의 내면적인 욕망에 따른 깊은 사유를 연금술사적 은유법으로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각의 시’ 에 적힌 詩에는 피카소의 연금술적인 詩처럼 현자의 돌 을 꿈꾸며, 내적인 자기갱신을 위한 그의 욕망을 영지주 의 사유29)로 표현하기도 한다. 빛과 어둠의 원리에 따른 부활이 핵심이다. 전술한 까마귀는 전통적 연금술에서, ‘창조자가 되기 위해 언제나 파괴하여야하는 것’처럼 부 활하기 위해 선행해야하는 죽음과 같은 암흑을 상징한 다. 유럽신화에서 까마귀는 선과 악의 경계를 드나들며, 신의 전령을 전하는 헤르메스 같은 존재로 여긴다.30) 이 28) 전영미, op .cit., pp.83-90 직각의 시 구성 체계 및 도상 설명 참조 29) F.L.C., op. cit., p.122 에서 오르페우스교(l'orphism)와 관련된 영지 주의가 그의 사유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30) 르 코르뷔지에의 애칭 까마귀는 유럽에서 길조와 전쟁이나 죽음을 예고하는 흉조로도 나타난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 아폴론이 종 종 까마귀로 변하는 등, 동양에서도 태양토템 관련 ‘삼족오’신화와 태양을 상징하는 성스런 새로 전령이나 수호자, 영혼관념과 결합한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 113 <그림 9> ①번 둘 사이 16번 석판화(손, 위비, 까마귀의 합일 표현) 1964년 ②번 유니테 다비타시옹, 1945-1952년 ③번 롱샹성당, 1950-55년 ④번 라투렛 수도원,1953-1960년 <그림 8> ①번 ‘직각의 시’ E.3 도상 ‘성격’에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아기를 앉고 있는 마리아에게 간절한 마음을 기원하는 삽화 ②, ③, ④번 롱샹성당(1950-55년)의 종탑에서 내려오는 빛과 어둠 속에서 마리아를 향한 간절함으로, 자기갱신과 지복을 구하는 기도실 러한 상징과 르 코르뷔지에를 니체주의자로 분류하는 기 록을 근거31)로, 차라투스트라의 알레고리 중 인간에게 다시 돌아가 영원회귀 사유를 알려야 하는 방랑자의 운 명을 자신으로 생각하여 자신의 애칭을 까마귀(코르보, corbeau)로 한 것 아닌지 짐작해 본다. 어찌되었든 후기 회화의 핵심은 여성의 ‘몸’을 통하여 모든 것의 근원은 같으며, 대립의 일치 즉, ‘둘이면서 하나’ 임을 깨닫는 사 유가 담겨있다. 그래서 어머니 자궁으로의 회귀처럼 롱 샹성당은 그 자체가 하나의 큰 생명체로서 연금술사가 물질을 변형하여 완벽한 물질을 얻듯이 <그림 8>처럼 ‘빛’과 ‘어둠’이 서로 공존하며 신적인 힘이 무한으로 이 어지는 영원회귀의 장소이다. (3) 현상적 사유 전술한 ‘초월’과 ‘혼종’ 등은 인간의 순수한 의식이 독 립된 주체로서 끈임 없이 사물세계와 교섭하고 일체화하 면서 생겨나는 감각적인 현상들이다. 이런 감각적 현상 과 의식들은 실재하지 않기에 대개 예술가의 눈을 통해 서 관조되고 체험하게 된다. 르 코르뷔지에는 피레네 산 맥의 작은 마을 오종에서 토템과 오종, 위비 등을 조각 하면서 현상적 이미지를 실험하였다. 초현실주의 화가들 처럼 배열된 ‘몸’의 체계를 무너뜨려 특정부분을 강조하 거나 해체하기도 하고, 육화된 형태로 신의 소리를 듣듯 이 소리를 내보내고 듣는 청각적인 현상을 주로 실험하 였다. 이러한 실험은 ‘몸’의 감각과 지각에 의한 공간과 의 소통을 위해 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청각적인, 공간적 인, 영적인 등의 조사가 붙여지는 ‘공간의 의미화’로 이 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그가 토템이나 위비조각을 통하 여 본 궁극의 사유는 ‘세계’와 ‘의식’(사유)이 겹치는 부 분을 ‘몸’으로 보는 퐁티의 ‘몸의 현상학’32)과 관련이 깊 다. 간략하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환경, 즉, 주체가 되는 ‘나’의 밖에 있는 일체의 외부환경을 ‘세계’로 보고,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고흐의 그림에서도 까마귀는 부정적 연상이 아니다. 농부나 씨 뿌리는 사람, 밀 혹은 밀밭과 함께 등장 함으로써 죽음과 소생 모두를 시사하며, 자연의 순환의 일부로서 죽음과 부활의 순환을 상징한다. 인터넷 자료 정리. 31) 1908년 르 코르비지에는 밑줄쳐가며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 게 말하였다’를 읽었다한다. Kenneth Frampton, op.cit., p.201 32) 조광제, op. cit., p.367 그 세계와 인간(몸)의 관계는 패각류처럼 뗄 수 없는 관 계로서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게 된다. 이때 ‘몸’에 의해 직접 체험되는 가시적인 자연을 진짜 자연으로 간주하는 것인데, 이를 ‘현상으로서의 자연’이라고 표현한다. 르 코 르뷔지에의 후기 공간디자인에서 자주 나오는 ‘형언 할 수 없는 공간’(L'Espace Indicible)33)은 이런 현상적인 자 연이 최적화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우리 몸의 지각반응을 언어화한 것이다. 이는 정신과 혼융된 ‘몸’에서 지각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세계와 관계하는 ‘상황속의 몸’이 지각하는 것으로서, 상반되는 모든 개념들이 일치되었을 때 느껴지는 사유의 일종이다. 여기에 베르그송의 지속 개념이 개입하면, 그 세계 안에서 대응하고 운동하는 몸 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상적인 것은 ‘몸’을 통해 지각 되고 관계 맺어지는 것으로서, ‘시적 반응을 일으키는’ 그 반응이 일어날 때, 주변의 반작용에서 느껴지는 미묘 한 질서, 그 상황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르 코르뷔지 에의 감각 역시 현상적인 것이다. 그의 인생 마무리 단 계에서 ‘둘 사이’(Entre-deux)34)라는 회화와 ‘해명’(Mise au point)이라는 책에 본고에서 언급한 사유의 단초들이 총망라 되어있다. <그림 9>에서처럼 ‘둘 사이’라는 회화 의 메시지는 ‘연결’(reliés, 교감)이다. 공간디자인에서 연 결, 교감이라는 키워드들은 공간과 인간이라는 극단적으 로 나누어진 감각의 세계가 그가 그린 깍지 낀 손의 형 태처럼 서로 융합하여 합일을 이룰 때 이루어진다. 이때 몸의 지각이 체험하는 것이 세계를 사유하는 근원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가 롱샹성당을 니체의 디오니소스 적 공간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음향학적 공간이 라 부르는 것은 공간과 몸이 융화된 현상 속에서 공명하 는 우리 몸의 지각놀이를 언어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결론 본고는 회화에 그려진 여성의 ‘몸’을 통해서 르 코르뷔 지에의 인생전반에 걸친 다양한 사유의 흐름을 추적한 33) 전영미, op.cit.,pp.108-109 형언할 수 없는 공간 해석 및 전영미, 르 코르뷔지에 회화를 통해 본 롱샹성당의 공간디자인변화에 관한 연 구, 기초조형학회 vol.12 no1, 2011, p.501 부연설명 참고바람. 34) Entre-deux는 17점의 석판화로 1964년 인쇄.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3권 6호 통권107호 _ 2014.12114 것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 있다. 첫째, 초기회화에서 여성은 대전 이후, 민족주의적 사 유에 의해서 가부장적인 시선으로 여성을 비인격적인 존 재로 보았고,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하는 어머니는 우주 의 근원으로서 모성신화적인 존경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래서 초기회화는 여성이미지에 투영된 어머니로서의 여성숭배와 남성과 대립하는 여성의 이원적인 사유가 바 탕이 되었다. 그리고 벌거벗은 강인한 여성을 민족과 가 정을 지키는 순수한 인간의 모습으로 보고, 그러한 ‘몸’ 의 움직임을 기계미학으로 보편화한 것이 그의 에스프리 누보임을 알 수 있었다. 둘째, 후기회화는 초월적인 힘을 가진 자아표현이 핵 심이었다. 두 차례의 전쟁을 통해 그는 니체처럼 선과 악을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선 악 저편에 있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기에, 제3의 혼종적인 몸을 창조하였다. 혼종적인 몸은 이원론적 사유의 확장이라 볼 수 있으며, 이를 연금술로 모든 사물의 구분과 경계를 없애면서 사 물을 하나로 일치하고, 일치된 하나의 모습이 다시 파편 화하여 영원히 새로워지는 육화된 ‘몸’으로 거듭나는 자 아표현을 하였다. 이는 곧 화가 장느레와 건축가 르코르 뷔지에는 둘이면서 하나이고 그의 회화나 공간디자인 작 품으로서 우리와 영원히 ‘연결’(reliés, 교감)되고 거듭나 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건축가로서 다방면 의 지식인과 예술가를 만나 체험한 의식은 그의 공간디 자인을 형언할 수 없는 차원의 경지로 이끌듯이 본고를 통해서 문화, 사회, 예술을 통섭한 사유로 그의 공간을 바라본다면 또 다른 창조의 단초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 결론짓는다. 참고문헌 1. 이지훈, 예술과 연금술, 초판, 창비, 파주, 2013 2. 임석재, 기계가 된 몸과 현대 건축의 탄생, 초판, 인물과 사상 사, 서울, 2012 3. 조광제, 몸의 세계, 세계의 몸, 초판6쇄, 이학사, 서울, 2012 4. 조윤경, 초현실주의와 몸의 상상력, 초판, 문학과 지성사, 서울, 2008 5. André Wogenscky, Les Mains de Corbusier, 르 꼬르뷔제의 손, 이상림 옮김, 초판, 공간사, 서울, 2006 6. Brassaï, Conversations avec Picasso, 피카소와의 대화, 정수경 역, 초판, 에코리브르, 서울, 2003 7. Jean Jenger, Le Corbusier, L'Architecture pour émouvoir, 르 코르뷔지에․인간을 위한 건축, 김교신 역, 초판, 시공사, 서울, 2009 8. Le Corbusier, La Maison des Hommes, 인간의 집, 손세욱 역, 초판, 스페이스타임, 서울, 2008 9. Le Corbusier, Mise au point, 르코르뷔지에의 사유, 정진국 옮 김, 초판, 열화당, 파주, 2013 10. Renan, E. (1882). Qu'est-ce qu'une nation? 신행선 옮김, 민 족이란 무엇인가. 초판, 책세상, 서울, 2002 11. Robert Root-Bernstein 외 1인, SPARK OF GENIUS, 생각의 탄생, 박종성 옮김, 에코의 서재, 서울, 2007 12. S. von Moos, Le Corbusier-Element einer synthese, 르꼬르뷔 제의 생애, 최창길·예명해 공역, 기문당, 서울, 2007 13. F.L.C., Le symbolique, le sacré́, la spiritualité, éd. de la Villette Paris, 2004 14. Kenneth Frampton, Le Corbusier, Thames & Hudson, London, 2001 15. Le Corbusier, Le Corbusier une encyclopédie, Centre Georges Pompidou, Paris, 1987 16. Nicholas Fox Weber, C'était Le Corbusier, fayard, Paris, 20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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