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최계영(3-10).hwp 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Interior Design Vol.22 No.1 Serial No.96 _ 2013. 02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2권 1호 통권96호 _ 2013.02 239 마크 로드코의 색면추상에 표현된 색의 확장성 연구 A Study on the Color Extendability in Mark Rothko’s Color-Field Abstract Author 김선영 Kim, Sun-Young / 정회원, 수원과학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과 조교수, 건축학박사 Abstract This study is aimed at understanding the color extendibility of color-field abstract through Mark Rothko’s paintings. Color extendibility is a structure applied by Mark Rothko. He simplifies it and by pursuing autonomy and immediacy of the color itself, including surface color and the front of color-field, Rothko creates value through motions in his square paintings of non-fixed shapes. Chapter 2 revisits the meaning of color in abstract expressionism and explains the principle of color-field by applying the concept of ergon and parergon. In chapter 3, the principle, processes, methods, techniques of expression were studied as a basis to understand color extendibility and color-field abstract. In chapter 4, the works of Mark Rothko were analyzed based on his multiform paintings(1946-1948), number and untitled(1949-1957), and black paintings(1958-1970) in order to identify, in the final chapter, the features of color extendibility in Rothko’s works. According to the above research, the thesis successfully concludes that the artist’s reconstruction of reality and readjustment of transcendent reality are reproduced via color extendibility, the movement of color-field. Keywords 마크 로드코, 색면추상, 색의 확장성, 피겨, 그라운드, 파레르곤, 에르곤 Mark Rothko, Color-Field Abstract, Color Extendability, Figure, Ground, Parergon, Ergon 1. 서론 1.1. 연구의 배경과 목적 현대미술의 주요 담론은 플라톤(Plato)의 미메시스 (mimesis)를 거부하고, 4차원 이상의 시공간 개념이 누 락된 알베르티(Leone Battista Alberti)의 원근법을 재조 립하여, 여러 겹이 중첩(layered)된 장(scene)을 구체화한 다. 이러한 층은 피겨와 그라운드의 유동적인 시공간의 관계를 형성하였다. 특히 20세기 중반 미국 화단을 지배 하던 추상표현주의는 실존주의(existentialism)의 내부 시 선을 반영하여 다양한 양상을 나타냈다. 이는 대상을 ‘어 떻게’ 보는가가 아닌, 그 대상 안에서 ‘무엇을’ 보는지를 피력한 파울 클레(Paul Klee)의 관점과도 맞물린다. 추상표현주의는 작가의 직관과 행위적 제스쳐로 실존 과 소통한다. 선, 형태, 색 등의 세 가지 요소를 공통으 로 사용하던 기존 회화 형식을 와해시켜, ‘예술가가 생각 하는 리얼리티’를 재현한다. 즉 인상파가 잃어버린 구조 의 힘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지오토(Giotto di Bondone) 의 드레이퍼리(drapery)1)도 수긍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1) 블래시필드의 관점에서 지오토의 회화는 빈약한 입체감과 공간감의 캔버스를 새로운 세계(scene)로 구현한 색면추상 분야에 서 나타났다. 특히 지속적으로 캔버스 안팎으로 움직이 는 장-캔버스 안으로 들어가는 빛과 캔버스 표면 바로 앞의 공간에서 밖으로 이동하는 색채-을 실현한 마크 로 드코의 작품에서 도드라진다. 따라서 본 논문은 물감이 칠해지는 바탕과 그 조형성을 초월한 물질-대상-이 일 체화된 색의 확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작품에 표 현된 색채 의미뿐 아니라, 작가의 리얼리티를 추론하는 초석으로 활용될 것이다. 1.2. 연구 방법 및 범위 연구 방법은 다음과 같다. 2장은 추상표현주의에서 색 의 의미를 살펴본 후, 에르곤과 파레르곤 개념을 적용한 결여로 조형 능력이 떨어지는 화가로 간주한다. Bernard Berenson, The Florentine Painters of the Renaissance, Forgotten Books, 2012 반면 베렌슨의 관점에서는 촉각적 인식을 자극하는 강력한 조형성 을 지녔다고 본다. Edwin Howland Blashfield, Italian Cities, Forgotten Books, 2012 블래시필드는 다른 감각들과 분리된 시각 개념에 상응하는 리얼리 티를 추구하고, 베렌슨은 촉각에 상응하는 리얼리티는 추구하는데, 마크 로드코는 이를 모두 조형성의 개념으로 본다. Mark Rothko, The Artist's Reality: Philosophies of Art, Christopher Rothko Editor, Yale University Press, 2006, pp.116-129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2권 1호 통권96호 _ 2013.02240 색면 원리를 살펴본다. 이는 3장에서 색의 확장성과 색 면추상을 이해하는 근거로써 표현원리, 표현과정, 표현형 식, 표현방법, 표현기술 등을 추출한다. 4장에서는 로드 코의 작품을 멀티폼 시기(1946-1948), 넘버와 언타이틀 시기(1949-1957), 블랙페인팅 시기(1958-1970)로 나누어 분석 후, 색의 확장성 특성을 추론한다. 연구 범위는 마크 로드코가 신화적 주제와 초현실주의 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캔버스 안에 다층 색면 구조가 시작되는 1946년 이후의 작품부터 진행한다. 이때부터 그의 색채는 형태를 붕괴하고 캔버스를 침투하여 색면으 로 팽창시킴으로써, 공간과 면, 색채와 형의 관계를 재정 비한다. 이는 그가 촉각적 공간과 환영적 공간을 통해 캔버스 안과 밖으로 관람자를 초대한 시기와 일치한다. 또한 마크 로드코가 집필하고,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 드코가 편집한《The Artist's Reality》에서 피력한 그의 미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논한다. 2. 추상표현주의와 색면 2.1. 추상미술의 개요 20세기 미술사의 주류 중 하나인 추상미술(abstract art)2)은 눈에 보이는 대상을 재현하는 대신, 기하학적 형 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총칭한다. 미술사에서 추상3)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것은 큐비즘(cubism)이다. 들로네 (Robert Delaunay)의 오르피슴(orphisme)4)과 몬드리안 (Piet Mondr)의 데 스테일(De stijl)5), 아메데 오장팡 (Amédée Ozenfant)과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퓌리슴(purism)6)의 개념 모두 큐비즘 없이는 생각할 수 2) 추상미술 형태는 사냥의 성공,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구석기시대 의 기호와 문양 및 이슬람과 비잔틴시대는 종교의 주술과 상징의 기하학적 기호로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미술에서 추상은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 단순하게 도식화하는 시각적 행위만이 아니다. 이 를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이젤을 버리는 행위 및 제한(틀, 경계)과 시점의 거리를 단절하는 순수한 시각의 변혁’이라고 했다. 따라서 추상미술은 미술의 추상적 가치를 세련되게 하여 설명적 묘사에 따르지 않은 소통을 확대했다. Clement Greenberg, Art and Culture, Beacon Press, 1971, pp.22-38 3) 라틴어 abs(away)-trahere(끌다, 당기다)에서 유래되어 대상의 전 구성에서 어떤 것을 잘라내어 밖으로 끌어내서 줄인다는 뜻으로 전 체에서 생략, 제거, 정리한다. http://en.wikipedia.org/wiki/abstract 4) 피카소(Pablo Picasso), 브라크(Georges Braque)를 중심으로 20세기 프랑스 회화의 한 경향으로, 오르페우스(orpheus)에서 연유하여 오 르픽 큐비즘(orphic cubism)이라고 한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가 1910~1914년경 들로네 작품의 새로운 형식을 보고 붙였다. 대상의 분석과 화면의 재구성이 주요 목표였기에, 색보다는 형태 조합의 구성을 중시하였다. http://www.frantisek-kupka.com/ 5) 네덜란드 예술 운동인 신조형주의(Neo Plasticism)로 주요 멤버는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빌모스 후사르(Vilmos Huszàr), 바 르트 판 데르 레크(Bart van der Leck), 게리트 리트펠트(Gerrit Rietveld,), 로베르트 판트 호프(Robert van't Hoff)가 있다. 형태와 색채의 추상성/보편성, 수직/수평으로 단순화한 검정, 흰색, 원색만을 사용했다. Piet Mondrian, De Nieuwe Beelding in de Schilderkunst, 1921, pp.12-18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추상미술은 명백히 관념 미술이므로 오너먼트(ornament)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2.2. 추상표현주의와 색 (1) 미술에서 색의 개념 외부세계에서 받아들이는 색의 자극은 인간 지각과 연 관되어 있다. 색은 외부 모습을 지각하는 동시에, 내부 세계의 상상력을 통해서도 생긴다. 색을 보는 것은 어떠 한 자극을 눈으로 인식하여 대뇌의 감각세포가 생물학적 자극을 받는 것보다 더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을 갖는다. 이를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내재하는 것이 없으면, 외재하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내부가 곧 외부이기 때문이다.’7)라고 주창하였다. 그러나 미술에서 색이 항상 주요 위치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고, 17세기까지 색보다는 형(dessin)이 중시되었다. 추상미술에서 색의 관점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인상 파부터로, 이는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의 색채표 현에서 출발한다. 인상파들은 자연을 거대 색채현상으로 인식하여, 시시각각 움직이는 미묘한 빛 자체의 변화를 재현하였다. 이는 과거 회화들이 충실한 재현을 위해 ‘회 화의 질료성’, ‘매체의 특수성’을 감추고, 비현실적인 원 근법을 묘사했던 것과 차별화한다. 특히 인상주의는 프 리즘에서 빛의 분해, 추출, 결합을 추상화하여 형의 외곽 선을 지움으로써, 앵포르멜(informel)8)의 전조가 되었다. (2) 추상표현주의 등장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라는 명칭이 공 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알프레드 바(Alfred Hamilton Barr)가 1929년 미국에서 전시 중이던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초기 작품에서, 형식은 추상이지만 내용은 표현주의라는 언급에서 시작되었다. 이 후 1946년 3월《뉴요커》기자 로버트 코츠(Robert Coates)가 이 용어를 빌럼 드 쿠닝(Willem De Kooning) 과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작품에 사용하며 일반 화하였다. ‘뿌리고 끼얹고 치고 뿜기(dropping, splashing, throwing or spraying) 회화’보다는 정중한 이름으로 붙 인 것이다. 그러나 로젠버그(Harold Rosenberg)는 이 용 어가 부적절하다고 하여 액션페인팅9)으로 사용한다. 또한 193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결정적 역할을 한 6) 1918년 에스프리 누보(Esprit Nouveau)에 오장팡과 코르뷔지에의 《입체주의 이후(Aprés le Cubisme)》선언서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장식성, 과장을 일체 거부한 간결, 명확한 조형성을 주장하는 기능 주의와 상통한다. http://en.wikipedia.org/wiki/Purism 7) Frank H. Mahnke, Color, Environment, & Human Response, Wiley; 1 edition, 1996, p.11, p.17 8) 형(form)을 부정한다는(in) 뜻으로, 아르 브뤼(art brut), 타시즈(tachism) 로 불리며 타피에(Michel Tapié)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기하학적 추상에 반발하여 계획된 구성을 거부한 자발적, 주관적 경 향이다. http://www.cine21.com/news/view/group/M551/mag_id/71038 9) Edward Lucie-Smith, Art Today, Phaidon press, 1996, p.27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2권 1호 통권96호 _ 2013.02 241 <그림 1> Necker cube 초현실주의(surrealism)의 자동기술법(automatism)10)에서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 인간 정신의 해방을 위한 일종의 신비사상으로, 원시성과 신화의 관심을 부활시켰으며 이 시기 화가들은 프로이드(Sigmund Freud)보다는 융(Carl Gustav Jung)의 견해를 받아들였다.11) (3) 추상표현주의에서 색의 고찰 추상표현주의는 크게 액션페인팅(Action Painting)12)과 색면추상(Color-Field Abstract)13)으로 나뉜다. 액션페인 팅은 주로 선형적이지만, 색면추상은 캔버스 전체에 색 을 채운다. 폴록의 푸어드(poured)와 드리핑(dripping), 뉴먼(Barnett Newman)과 로드코의 컬러필드(color-field) 는 표면적으로는 다른 형식의 색을 취하지만, 캔버스의 전면을 덮는(all over) 무초점과 무한성의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즉각적 색채 감각을 증강시키기 위해 형태는 최 소로 단순화시킨다. 또한 무한성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거대성을 반영한다. 이는 보는 사람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일종의 환경색채로 확대된다. 즉 작은 규모의 실 (室) 전부는 공간색채가 되고, 전시된 작품들은 대상색채 가 된다. 이는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마음이 그림에 완전히 빠져들어 다른 모든 것을 잊는다.’는 언급 과 일맥상통한다. 보다 중요한 관점은 그림과 공간의 관 계가 물감과 캔버스의 작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분 차이점 공통점 액션페인팅 (Action Painting) 선형, 푸어드, 드리핑 최소화한 형태, 캔버스의 전면을 덮는, 무초점, 무한성, 거대성색면추상 (Color-Field Abstract) 면, 컬러필드 <표 1> 추상표현주의와 색 10) 프로이트 정신분석에서 영향을 받아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지향하 는 20세기 예술사조로, 1924년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의 《초현실주의 선언(Manifeste du surréalisme)》에서 명확한 개념 을 갖춘다. 일체의 미학적, 윤리적 선입견 없는 사유의 기록으로 의식 하의 세계를 탐구하여 습관적 기법, 고정관념, 이성 등을 배 제하고,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린다. 라리오 노프(Mikhail Fyodorovich)의 레요니슴(rayonnisme), 밍게스(Oscar Dominguez)의 데칼코마니(décalcomanie), 에른스트(Max Ernst)의 프로타주(frottage),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데페이즈망 (dépaysement)이 있다. Bruce Altshuler, The Avant-Garde in Exhibition: New Art in the 20th Centur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New edition edition, 1998, pp.68-99 11) Jolande Jacobi, Complex/Archetype/Symbol in the Psychology of C.G. Jung, Manheim(translator), R. Manheim, Ralph(translator),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1, p.20 12)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에서 유래되었으며, 실재 사고체계는 칼 야스퍼스(Karl Jaspers)와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논 하던 창조 행위의 과정에서 인간 생명과 직결되는 행위적 특징이 있다. Irving Sandler, Triumph of American Painting: A History of Abstract Expressionism, Harper & Row, 1976, p.148 13) 행위의 기록이나 흔적밖에 남지 않는 액션페인팅의 오류를 보완하 여, 순수회화의 표현성은 유지하여 회화의 명료성이 있다. Irving Sandler, Triumph of American Painting: A History of Abstract Expressionism, Harper & Row, 1976, p.149 2.3. 추상표현주의에서 색면의 원리 (1) 색면의 의미 추상표현주의에서 색면이란 초벌칠을 하지 않은 캔버 스에 직접 물감이 스며드는 것을 말한다. 1962년부터 주 로 아크릴 물감의 고채도, 중명도의 강렬한 색채로 대체 되었다. 또한 염색 기법을 고수하여 캔버스에 칠해진 색 채와 캔버스 표면을 완벽하게 일치시켰다. 색과 면으로 야기되는 색면은 색 자체에 관심을 두어 인간 내면을 표출하므로 재현(representation)14)의 색채 보다 표현의 색조를 선호한다. 광활한 캔버스는 무한히 펼쳐지는 색면을 통해 비가시적인 세계-대자연의 경외감 에서 느껴지는 추상적 숭고-를 색 자체의 중량감으로 표 현하여, 즉각적이고 애매한 환각으로 색면의 안팎을 돌 아다닌다. 즉 추상표현주의는 사람, 풍경, 정물 등의 특 정한 재현은 없으나, 대상과 배경이 색채로 생성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즉 평면성-정면성, 단순성, 대치성-이 있 으나 근본적으로 피겨와 그라운드의 관계는 유지한다. (2) 색과 면의 관계 몇 초간 <그림 1>을 응시하 면 붉은 점이 큐브 내부의 모서 리에 있는지, 큐브 정면에 있는 지 불분명해진다. 이는 2차원에 서 3차원 이상의 지각 습관이 적 용되기 때문이다. 즉 네거 큐브 는 망막 위의 2차원 데이터에 모 순되지 않으므로 하나의 시각 자극이 여러 가지 방식으 로 해석된다.15) 이러한 원리를 토대로 추상표현주의를 처음 인지할 때 는 색과 형이 동시에 지각되어 외곽선이 중시되지만, 시 간이 흐르면 관찰 대상에만 집중된다. 평면성과 얕은 깊 이감에도 색면은 캔버스에서 떠 있것처럼 돌출되어 튀어 올라오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특히 캔버스 안으로 들어 가는 빛-색채-과 캔버스 표면 바로 앞의 공간-색면-의 안팎을 이동하는 색채 재배치가 시작된다. 피겨 (figure) 그라운드 (ground) 빛 ↔ 표면 공간 색채 ↔ 캔버스 <표 2> 색과 면의 관계 14) 이미 실재하고 있는 대상을 다시 드러내므로 실재 대상의 존재를 전제한다. 즉 재현은 재현하고 있는 대상과의 대치를 뜻하며, 스스 로 존재할 수 없고 실재 대상에 의존해야 하므로 타율적 속성이 있다. Jean Baudrillard, Simulations, Semiotext(e), 1983, pp.39-58 오늘날의 재현은 ‘원본 없는 재현’, 자기 동일성 없는 복제인 ‘시뮬 라크르’로 ‘모본과 원본’, ‘가상과 현실’, ‘이미지와 실재’를 대체하는 것으로 양자의 유사함이 발생한다. 즉 색면은 추상적인 색과 면으 로 존재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모든 빛을 포함한다고 연구자는 고 찰한다. 15) Daniel Gilbert, Stumbling on Happiness, Random House, 2007, p.227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2권 1호 통권96호 _ 2013.02242 <그림 2> Caspar David Friedrich, Monk By The Sea, Staatliche Museen Berlin, 1809 출처: http://www.theartwolf.com/10_seascapes.htm (3) 색면의 속성 추상표현주의에서 색과 면은 피겨와 그라운드의 경계 를 확장시킨다. 특히 넓은 영역에 칠해진 색채는 드로잉, 제스츄어, 심볼리즘 등을 거세한 색면으로 포화된다. 이 는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색 점’16)이며, 화가의 사유 로 재구축된 대상물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추상표현주의의 색과 면은 단순히 피겨와 그라 운드의 관계로만 규명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히 색면은 일반적인 예술작품의 의미와 내용적 이데올로기 뿐 아니라, 색들의 병치와 충돌로 색의 이동, 교환, 뉘앙 스, 반영17)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적으로 일체화 (united)된 색면 창조를 위해 기존에 활용되던 색 조화와 배열을 재조정하면서, 보다 복잡한 관계를 갖게 된다. 이 를 에르곤과 파레르곤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근대 미학에서 에르곤(ergon)은 칸트(Immanuel Kant) 에 의해 사용된 그리스어로, 예술에서 작품을 뜻한다. 파 레르곤(parergon)-‘주변’을 의미하는 ‘파라’(para)와 ‘작품’ 을 뜻하는 ‘에르곤’(ergon)을 합침-18)은 작품에 부수하는 것으로 일종의 장식적인 것이다. 그는 파레르곤의 3가지 예를 회화의 액자, 조각상에 걸쳐진 천, 건물의 기둥을 들었다. 즉 파레르곤은 상대적이고 모호한 것이다. <그림 2>는 독일의 극작가 하인리히 빌헬름 폰 클라 이스트(Bernd Heinrich Wilhelm von Kleist)가 ‘무한하고 균일한 공간 앞에서 마치 눈꺼풀이 잘려나간 듯한 느낌’ 이라고 묘사했던 작품이다.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과 세 피아(sepia)의 바다, 안개가 자욱한 대기 의 수평선을 가르는 왜소한 수도승의 ‘뒷 모습’의 수직선이 존 재한다. 화면 전체는 명확한 형태가 배제 된 채, 색채 그러데 이션-유기체처럼 변 화하는 빛-으로 구축되어 있다. 어떠한 행위나 사건의 재현보다 대자연에 마주 선 혼돈과 절망, 무력감, 좌절감 을 숭고미(the sublime)19)로 표출한다. 이렇게 시각적 포 16) 회색 점(들뢰즈는 바로크적 유동성을 설명하기 위한 맥락에서 클 레의 회색 점을 원용한다.)이란 차원이 없고 위치 지정이 불가능한 카오스이다. Gilles Deleuze & Felix Guattari, A Thousand Plateau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 edition, 1987, p.20 본 연구자는 회색 점을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복사하여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라는 클레의 사유를 응축하는 핵심어로도 본다. 17) Rene, ed. Huyghe, Art and Mankind: Larousse Encyclopedia of Prehistoric and Ancient Art, 1962, p.176 18) Jacques Derrida, The Truth in Painting,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7, p.38 19) 숭고의 어원은 그리스어 hypsous(높이)에서 유래한다...숭고는 인간 이 인간 이상의 위대함을 초월하여 높은 것을 동경하는 정신적 반 화를 통한 색면은 파레르곤의 속성을 띈다. 재구축 재조정 비재현의 색채 일체화(united)된 색조 <표 3> 색면의 속성 3. 색의 확장성의 이해 3.1. 색면추상에서 색의 확장성 색의 확장성은 색면추상 작품 바로 앞, 인간 지각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출발하며, 인간 무의식 영역에서 파 생되는 숭고미와 관련 있다. 따라서 관찰자는 작품의 내 적 구성에 관여하여 색면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재현의 의미작용을 떠나 여러 겹의 중첩된 장을 경험한다. 이 때 색면은 캔버스 밖에 있는 관람자에게 작품의 안도 밖 도 아니고, 내부도 외부도 아니며, 위도 아래도 아닌 모 든 대립을 뒤흔드는 파레르곤의 개념을 갖는다. 이러한 색의 확장성은 낮은 조도의 닫힌 공간에서 거대 면적의 캔버스에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표현한다. 3.2. 색의 확장성 요소 및 내용 ‘나는 시각적 형식의 추상화를 그린 게 아니라, 추상적 사유를 통한 공간연출 그 자체(Makom)20)를 인스톨레이 션 하였다.’21)는 로드코의 관점에서 색의 확장성 요소를 추출하였다. 그의 색면은 기하학적 추상이 아닌 관념의 표현으로, 형식적 내용은 사라지고 색면의 질료와 처리 로 표현적 의미만 구체화한다. 그러므로 표현의 원리, 과 정, 형식, 방법, 기술 등의 요소에서 살펴보기로 한다.22) 향이다. Nicolas Boileau-Despreaux, On the sublime, Amazon Digital Services, Inc., 2012, p.12 부정적 쾌감이 관념적 고통으로 존재할 때, 자기보존의 욕구에서 숭고가 발생한다. Edmund Burke, A philosophical enquiry Into the origin of our Ideas of the sublime and beautiful, Nabu Press, 2010, p.34 미가 삶의 직접적인 쾌감인데 반해, 숭고는 대상이 불분명하거나 존 재하지 않는 한계에서의 공포이다. 수학적 숭고(인간의 인식과정)와 역학적 숭고(공포를 수반한 쾌의 과정)로 체계화한다. Immanuel Kant, The Critique of Judgement, Biblio Bazaar, 2009, pp.109-111 대상을 묘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현함으로써 숭고의 영역을 암시한다. Jean-François Lyotard, The Sublime and the Avant-Garde, Art Forum, 1984, p.455 숭고란 정확히 말로 옮길 수 없는 것으로 새로운 언어와 형식을 필 요로 한다. 즉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오성의 법칙을 파 기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자유를 상기시킨다. Karsten Harries, Meaning of Modern Art,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79, p.72 이 작품에서는 구체적인 형상의 부재, 미지의 세계에 고통과 쾌의 모순성, 초월적 존재 등 숭고의 원리를 원경과 전경에 걸쳐 화면에 연장되는 무한한 공간색채로 구체화하였다고 본 연구자는 본다. 20) 종교적 관점에서는 성소(聖所)를 뜻하지만, 로드코에게는 모든 세 계와 사유를 담은 전부이자 무의 개념으로 응용했다고 본 연구자 는 본다. 21) BBC documentary, Simon Schama's Power of Art: Rothko, 2008 22) 진중권, 진중권의 현대미술 이야기(4), 경향신문, 2012.9.28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2권 1호 통권96호 _ 2013.02 243 (1) 표현원리 재현의 대상이 무너지면서 색면은 부동의 평면성으로 실체를 갖는다. 일루젼에 지배받지 않는 색면 그대로가 인간에게 전달되어, 표상 및 이미지를 초월한 직관적이 고 총체적인 숭고미를 관통한다. 이로써 가시적인 대상 성을 지워, 비가시적인 근원을 추구한다. (2) 표현과정 휴먼 스케일의 닫힌 공간(confined spaces)23)은 친밀 하고 일상적이라, 색면으로 심금을 울리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낮은 높이에 좁은 간격으로 작품을 설치하여 사방 의 벽체를 완전히 에워싼다. 색면의 빛이 파레르곤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씻겨 사라지는 듯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주광색 램프를 사용한다. 좁은 공간 과 낮은 층고, 균질하게 퍼지는 저명도의 조명은 물리적 인 빛의 속성을 제어하여 작품의 안과 밖을 넘나든다. 이는 사색적 아우라와 몰아일체를 통해 서서히 색의 확 장성 속에 도달하게 하는 연극적 장치도 포함한다. (3) 표현형식 면적이 넓어진 캔버스는 동일 색조보다 명확한 명시도 로 색의 확장성을 증폭시킨다. 작품은 액자 없이 스테이 플러가 박힌 그대로의 거친 표면과 캔버스의 외곽 부분 을 불분명하게 채색하여, 색면과 작품이 설치된 공간색 채의 경계를 파레르곤 시킨다. 이는 색면과 대기의 색조 를 동일한 의미로 간주하는 것이다. (4) 표현방법 밑칠작업 없이 채도와 광택도 조절, 빠른 건조, 두툼한 마티에르에서 해방된 아크릴 물감 사용은 색상배치와 명 암대비를 피하면서 부유하는 색면을 전개한다. 얼룩지고 흐릿해진 빛은 사각 캔버스의 초점(관점)을 증발시킨다. 특히 부드러운 일루젼은 다른 빛을 뚫고 지나가거나 스 며들어 광도를 융해시킨다. 즉 옅은 색상을 여러 번 얇 게 칠하여 타오르는 용광로의 광채처럼 표현한다. (5) 표현기술 색면의 가장자리에 여러 번 칠해진 톤은 부드러운 하 드에지(hard edge)24)를 형성하여, 캔버스 표면 밀도를 비 물성화한다. 스테이닝(staining)-수채화기법을 유화기법 으로 변용시켜 색의 겹침/중간색채의 녹아 배어 스며드 는 표현 활용-은 수채화 같은 성질로 색면에 스며들어 파레르곤화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빛 번짐은 시간의 흐름과 부드러운 색조를 동시에 담아, 3차원의 일루젼보 다 2차원의 본질적 마티에르를 표현한다. 또한 조인티드 스킴(jointed scheme)은 벽화가 걸리는 실내 공간의 상 23) Mark Rothko, Letter to Katharine Kuh, editor Miguel López- Remiro, November 29, 1954, p.99 24) ‘면도칼의 날과 같이 예리한 테’란 뜻으로, 1950년 말 미국에서 일어 난 추상미술의 경향이다. 처음 쓴 것은 1959년 랭스너(Jules Langsner)이지만 알로웨이(Lawrence Alloway)에 의해 일반화되었다. 황을 고려하여 관람자의 인식을 조절한다. 구분 요소 세부 내용 표현원리 비가시적 근원 일루젼/재현/대상 제거, 직관적/총체적 숭고미 표현과정 연극적 장치 통제된 공간 및 낮은 조도, 주광조명, 아우라, 몰아일체 표현형식 거대 캔버스 거친 표면, 불분명한 채색, 색면과 대기의 무경계 표현방법 중첩된 장 무초점화, 색채병치, 색면의 부유, 광도에 의한 발색 표현기술 마티에르 하드에지, 스테이닝, 마티에르, 조인티드 스킴 <표 4> 색의 확장성을 위한 요소 및 내용 4. 마크 로드코 작품의 색의 확장성 4.1. 마크 로드코의 색채 세계 로드코에게 색채는 또 다른 리얼리티로 향하는 출구이 자, 파레르곤을 형성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그가 디자인 과 색채를 처음 접한 것은 포틀랜드(Portland) 극단에서 였으며25), 사각 캔버스에서 색면을 극대화하였으나 클리 셰(cliché)적 색채 어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실질적 계 기로 본다. 즉 그에게 색채란 빛의 물리적 표현이 아닌 선험적 의미를 담는 사유작용이었다. 그는 ‘어두운 색상이 밝은 색상보다 더 힘차고 즐거우 며 밝은 색상은 어두운 색상보다 엄숙하고 심오하다.’26) 고 역설했다. 이는 ‘어떤 진술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일 수 없는 것처럼 회화의 색도 진실이나 거짓일 수 없다.’27)는 의미와 상통한다. 또한 감산혼법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에게, 안료의 흡수정도, 광택여부, 색조와 무색 조의 관계 등의 색채효과28)는 에버리(Milton Avery)와 25) 로드코는 학비 중단으로 예일대학교의 졸업을 포기하고 제2의 고향 포틀랜드로 돌아와서《작은극단(the Little Company)》을 거쳐 러시 아에 뿌리를 둔《미국실험극단(American Laboratory Theatre)》 입 단을 시도한다. 러시아계 유대인인 그가 ‘회화와 연극’사이에서 진지 하게 흔들리던 시기로, 러시아 문학에 감정이입이 된 계기가 된다. Mark Rothko, Writings on Art: Mark Rothko, Miguel Lopez- Remiro, ed., Exhibition of January 9-February 4, 1945, p.42 빛의 효과로 감정과 연결 짓는 연상 작용을 습득하였으며, 상이하 게 번지는(blur) 빛, 명암의 정도, 하이라이트와 깊은 음영 사이의 대조 등 극적인 색채표현을 익힌다. 또한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슈베르트 (Franz Peter Schubert)의 음악을 사랑했고,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키에르케고르 (Søren Aabye Kierkegaard)를 주요 사상으로 삼았다. Mark Rothko, The Artist's Reality: Philosophies of Art, Yale University Press, 2006, p.34 26) Diane Waldman, Mark Rothko 1903-1970, Abrams Books for Young Readers, 2001, p.26 27) Ernst Hans Josef Gombrich, Art and Illus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0, p.68 28) Michael Compton, Mark Rothko 1903-1970, Tate, 1987, p.41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2권 1호 통권96호 _ 2013.02244 작품 이미지 원리 과정 형식 방법 기술 -여러 개 의 색점들 은 색면, 색점 등으 로 변화 - 색 면 을 마치 배우 처럼 회화 적 미장센 으로 연출 -채도 차 이로 피겨 ( 대 상 ) 와 그 라 운 드 ( 바 탕 ) 를 불명확화 -색상배치, 명 암 대 비 를 피하면 서 중첩의 장 형성 - 스테이 닝 기 법 으 로 빛 번짐 나타남 No.15, 1949 -여러 개 의 색점들 은 직사각 형의 색면 으로 발전 - 수평으로 중첩된 색 면이 억누 르는 팽창 과 수축의 분위기 - 피 겨 ( 대 상)와 그라 운드( 바탕) 의 단순화 -옅은 색 을 여러 번 얇게 칠해 광도 에 의한 발 색 으 로 중첩의 장 표현 - 스테이 닝 기 법 으 로 빛 번짐 나타남 No.8, 1952 -알 수 없 는 곳에서 유 래 하 여 부 유 하 는 수평의 빛 으로 재현 성 탈피 - 수평으로 중첩된 색 면이 억누 르는 팽창 과 수축의 분위기 - 피 겨 ( 대 상)와 그라 운드( 바탕) 의 단순화 -옅은 색 을 여러 번 얇게 칠해 광도 에 의한 발 색 으 로 중첩의 장 표현 - 스테이 닝 기법이 본 격 화 되 어 화면이 염 색되는 듯 한 색조 Saffron, 1957 작품 이미지 원리 과정 형식 방법 기술 - 아메 바나 미지의 미 생 물 같 이 숨 쉬는 유 기 체 의 다 형 으 로 기존 회화 의 재현성 탈피 시작 - 색 점 을 마치 배우 처럼 회화 적 미장센 으로 연출 - 피 겨 ( 대 상)와 그라 운드 (바 탕) 의 명확한 구분 없는 채색 -밑칠 작업 없이 채도 및 광택도 의 조절로 마 티 에 르 가 해방되 어 명확한 초점 상실 - 스테 이닝 기 법 으 로 빛 번짐 나타남 Untitled, 1946 - 재현성 이 거의 사라 져 여러 개 의 색점들 이 마블링 ( ma r b l in g ) 처럼 표현 - 색 점 을 마치 배우 처럼 회화 적 미장센 으로 연출 - 피 겨 ( 대 상)와 그라 운드 (바 탕) 의 명확한 구분 없는 채색 -밑칠 작업 없이 채도 및 광택도 의 조절로 마 티 에 르 가 해방되 어 명확한 초점 상실 - 스테 이닝 기 법 으 로 빛 번짐 나타남 Untitled, 1948 마티스(Henri Matisse)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는 색면 의 안과 밖에서 움직이는 색의 확장성을 감지하는 이상 적인 거리는 18㏌(540㎜)라고 했다. 그 거리에서 색면을 바라보면 색면 내부의 움직임과 색면 외부의 경계가 사 라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라고도 했다. 4.2. 멀티폼(multiform): 1946-1948 1946년부터 로드코는 새로운 연작 멀티폼을 제작한다. 이는 고전적인 추상회화에 이르는 교량 같은 역할을 했 다. 신화, 상징주의, 풍경 등 대상을 형상화하던 이전의 주제들에서 일시적이고 공간감이 존재하지 않는 색덩어 리를 모색한다. 따라서 이전 작품들처럼 설명적인 제목 대신, 작품번호와 제작연대만을 활용하거나 특정 작품의 지배적인 색조를 작품 제목으로 삼기도 하였다. <표 5> 멀티폼 시기29) 4.3. 번호(Number) 및 무제(Untitled): 1949-1957 그는 1950년에 이르러 완전한 색면추상에 도달한다. 이 시기 색면은 완벽한 정면성으로 자연계의 일루젼을 제거한다. 멀티폼에서 두드러지던 색점은 3-4개의 직사 각형 색채덩어리로 바뀌어 캔버스의 가장자리를 부유한 다. 다양한 색상은 중첩부위에서는 한 개의 색상만을 사 용한다. 즉 밑 작업이 안 된 캔버스 위에 전색제를 얇게 칠하면, 바탕칠을 고정하는 오일은 테두리까지 퍼진다. 물감은 매우 옅어서 깊이 착색되지 않고 표면에만 머물 러, 투명성과 발광성으로 연무 같은 연출이 나타난다. 29) 그림출처: Jacob Baal-Teshuva, Mark Rothko, Taschen, 2008, p.46 <표 6> 번호 및 무제 시기30) 4.4. 블랙 페인팅(Black Painting): 1958-1970 1958년부터 그의 색면은 점점 어두운 색조(maroon, scarlet, vermilion, dark bundy, slate grey, navy, black) 로 변하여, 1970년 2월 25일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의 모노크롬(monochrome)에 집중한다. 1958년부터 1967년까지 벽화시리즈는 로드코 초기(1920년-1920년대) 의 표현주의적 인물화의 분위기도 되살아난다. 그는 블 랙 페인팅 시기부터 색면추상을 본격적으로 탐구하였다. 시그램 벽화31)는 공간의 특성 때문에 처음으로 가로 로 긴 직사각형 캔버스에 수직 형태의 사각형을 그린다. 색면은 니체에게 영향 받은 기억을 바탕으로 결국 죽음 에 이르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표현한다. 즉 ‘사각형 색면’은 파레르곤에 도달하기 위한 출발점인 동시에 마 지막 관문인 셈이다. 30) 그림출처: http://neo-alchemist.com/tag/mark-rothko/ 31) 시그램 빌딩 내의 포시즌즈 레스토랑(Four Seasons Restaurant) 벽 화는 3부작, 총 40점으로 1부는 버밀리언과 스칼렛을 사용, 2부는 다크 버건디를 활용, 3부는 2개로 제한된 바룬과 검정으로 점점 명 시성이 낮아진다. 이 후 시그램 빌딩의 고급 레스토랑을 장식한다는 불편한 감정과 거들먹거리는 분위기가 불쾌해져서, 그는 작업을 그 만둔다. 이로써 작품들 중 9점은 데이터 모던(Tate Modern)에, 몇 작품은 카와무라 기념관(Kawamura Memorial DIC Museum of Art)에, 나머지는 워싱턴DC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에, 몇 개는 자녀들이 소장하게 된다. http://onewhole.sprin gnote.com/pages/2936764?print=1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2권 1호 통권96호 _ 2013.02 245 <표 7> 시그램 벽화 (Seagram Murals, 1958)32) 작품 이미지 원리 과정 형식 방법 기술 - 사 각색면 은 파레르 곤으로 도 달하기 위 한 관문 - 현 존 과 부재의 이 원성 상징 - 일 루젼을 완전히 제 거하여 재 현성, 대상 성 탈피 - 비 가시적 근원 모색 - 통 제 된 공간에 낮 은 층고로 사 각 형 의 색면과 관 람자의 몰 아 일 체 화 로 연극적 장치 -액자 없 이 거대 캔버스 활 용 - 캔버스 의 색면과 대기의 색 채를 동일 하게 취급 - 명 확 한 명시성 및 거친 표면 으로 피겨 ( 대 상 ) 와 그 라 운 드 ( 바 탕 ) 의 불 분 명 함 증폭 -마룬 바 탕에 다크 버 건 디 와 버 밀 리 언 으로 색 채 병치 - 재 현 성 거세로 무 초점화 -색면 부 유로 중첩 된 장 형 성 -붓자국으 로 평면성 ( 정 면 성 , 단순성, 대 치성) 강조 - 3 차 원 의 일 루 젼 을 삭 제 하 여 2 차 원적인 마 티 에 르 표현 -하드에지, 스 테 이 닝 , 조 인 티 드 스 킴 으 로 비물질화 Tate Modern Kawamura Memorial DIC Museum of Art National Gallery of Art <표 8> 하버드 벽화 (Harvard Murals, 1964)33) 작품 이미지 원리 과정 형식 방법 기술 - 사 각색면 은 파레르 곤의 문이 열리는 것 처럼 기둥, 벽, 창문으 로 닫힌 느낌 전달 - 일 루젼을 완전히 제 거하여 재 현성, 대상 성 탈피 - 직 관적이 고 총체적 인 숭고미 - 비 가시적 근원 모색 - 통 제 된 공간에 낮 은 층고로 사 각 형 의 색면과 관 람자의 몰 아 일 체 화 로 연극적 장치 -이전 작 품보다 더 욱 격정적 이고 거칠 어짐 -액자 없 이 거대 캔버스 활 용 -마룬 바 탕에 검정 색 톤과 베 이 지 색 기둥 모양 의 형태는 상 호 작 용 으로 무경 계화 -색면 안 팎으로 움 직이는 색 -기둥 모 양 형태의 상 단 부 와 하 단 부 에 는 섬광 같은 좁은 띠가 맞닿 아 부유하 는 색면 - 광 도 에 의한 발색 으로 중첩 된 장 - 재 현 성 거세로 무 초점화 -색면 부 유로 중첩 된 장 형 성 -붓자국으 로 평면성 강조 - 3 차 원 의 일 루 젼 을 삭 제 하 여 2 차 원적인 마 티 에 르 표현 -하드에지, 스 테 이 닝 , 조 인 티 드 스 킴 으 로 비물질화 Guggenheim Museum TryptychPanel I-III 하버드 벽화34)는 시그램 빌딩의 색면추상과 폼페이 (Pompeii)의 ‘비밀 저택(Villa dei Misteri)’ 벽화에서 영 감을 얻어 블러색채(blur color)35)를 구체화한다. ‘이 공 32) 그림출처: Jacob Baal-Teshuva, Mark Rothko, Taschen, 2008, pp. 61-62, p.69 33) http://www.markrothkopaintings.org/ 34)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 홀요크 센터(Holyoke Center)의 펜트하우스를 위한 벽화로 24개의 스케치 중, 3면화의 종교적 상징 론을 바탕으로 1파트의 3면 패널과 별개파트의 작품 2개로 2파트, 5점으로 구성된다. 시그램 벽화보다 명시성이 높은 색상과 기둥 모양의 형태 및 상인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시그램 빌딩을 위해 구상했던 이미지를 발전시킨 것이다. 35) 블러색채란 빛 번짐 작용으로 대상과 환경의 범위 및 영역이 불분 명해지므로 조형적인 공간색채 구조가 허물어진다. 색의 3요소와 간은 문, 창문, 벽으로 밀폐되어 갇힌 느낌과 낮은 조도 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표현했다.’36) 그가 언급 하던 상황조절(situation controlling)을 사각형 색면으로 최초로 시도한 작품이 시그램 벽화였다면, 하버드 벽화 는 어둠 속에서 ‘사각형의 문이 열리는 것’처럼 실내공간 에서 색의 확장성을 실재로 연출하였다. <표 9> 로드코 채플 (Rothko Chapel, 1970)37) 작품 이미지 원리 과정 형식 방법 기술 -무 한함과 유한함 동 시 표현하 여 프레임 밖의 무대 주시 - 디 오니 소 스 니체의 직 관 적 이 고 총 체 적 인 숭 고 미 의 절정체 - 일 루 젼 을 완전히 제 거하여 재 현성, 대상 성 탈피 - 비 가 시 적 근원 모색 -통제된 공 간, 낮은 층 고, 주광색 램프로 사 각형의 색 면과 관람 자의 사색 적 아우라 및 몰아일 체화 - 가 시 적 인 시 공 간 에 디오니소 스 적인 무정 형 이미지 -액자 없이 거대 캔버 스 활용 -명확한 명 시성 및 거 친 표면으 로 피겨(대 상)와 그라 운 드 ( 바 탕 ) 의 불분명 함 증폭 -색면 안팎 으로 움직 여 관객과 소통 -다크 버건 디로 균질 하게 칠하 여 점점 어 두 워 지 는 색면은 영 적 절망감 부여 - 검 정 색 은 부재, 텅빔, 무의 개념 이 아닌 모 든 것의 통 합의 의미 -재현성 거 세로 무초 점화 -색면 부유 로 중첩된 장 형성 -미묘한 색 조가 신비 롭고 안개 긴 듯 미묘 한 표면 평 면성 강조 -미세한 붓 자 국 으 로 평면성 강 조 -하드 에지 가 장 자 리 를 마스킹 테 이프 처리 한 모노크 롬의 마티 에르로 색 면의 비물 질화 Houston 로드코 채플38)은 그가 늘 염원하던 일체화(united)된 빛을 채우기 위해, 낮은 조도 밑에서 대규모 색면에 둘 러싸인 ‘관람자’를 끌어들인다. 단일한 하나의 캔버스에 완결된 오브제적 소통 방식은, 여러 개의 색면을 ‘동시에 전달’하는 형식으로 변모한다. 또한 무초점, 무한성, 거대 성을 활용하여 클리셰적 색채 어휘를 배제시킨다. 예컨 대 다크 버건디로 밑 작업을 한 후, 그 위에 검정색으로 몇 번 덧칠을 했느냐에 따른 광도와 휘도를 활용한다. 빛의 3요소의 지속적인 색채 변화로 단일 색조가 상실되어 일루젼, 이멀젼의 효과가 있다. 특징은 소실점 해체, 차원의 이동, 톤의 그 러데이션, 시각적 허구 등이 있다. 김선영,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에 나타난 블러 색채 특성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통권92 호, 2012.4, pp.89-91 36) Jacob Baal-Teshuva, Mark Rothko, Taschen, 2008, p.62 37) http://www.rothkochapel.org/ 38) 로드코 채플 공간 배치와 구성은 로드코가 여러 차례 아이디어와 조정을 거쳐, 9개 벽면에 좌우대칭으로 색면을 설치했다. 입구 근 처의 9ft 색면 1점을 제외한 모든 색면 폭은 11ft이다. 그는 1950년 부터 1966년까지 3번의 유럽 여행에서, 관람자를 품에 안은 듯 낮 은 층고와 자연광을 활용한 색면 어휘를 전달하고자 했다. 따라서 맨하튼 작업실을 예배당과 비슷한 규모와 비율로 시뮬레이션 했으 나, 강렬하고 변화가 잦은 휴스턴의 자연광을 숙지하지 못해 실제 효과는 적절치 않았다. Jacob Baal-Teshuva, Mark Rothko, Taschen, 2008, pp.73-83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제22권 1호 통권96호 _ 2013.02246 5. 결론 본 연구는 마크 로드코의 색면추상이 본격화된 1946년 이후 작품에서 색의 확장성을 고찰하였다. 색면추상의 안과 밖으로 부유하는 여러 겹의 장을 통해 색의 확장성 이 나타났다. 즉 현대미술에서 리얼리티의 파괴는 캔버 스와 색면 자체로 피겨와 그라운드를 봉합하려는 예술가 의 리얼리티로 완성된다. 따라서 대상과 사건의 기록은 물감과 그 빛이 칠해지는 캔버스의 관계로 재편성되었 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 이성으로 분별하던 미는 보이지 않는 세계 를 재현함으로써 원초적 지각을 지향한다. 피겨와 그라 운드의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 거대 색면은 대상 너머의 피안에 수렴한다. 요컨대 동일한 공간의 다중 색면은 파 레르곤에 도달하기 위한 관문인 것이다. 즉 질료와 처리 로 존재하는 거대한 색면은 색 자체의 중량으로 재현의 형식을 완벽하게 탈피한다. 둘째, 여러 겹으로 공명(共鳴)된 얕은 색면은 피겨와 그라운드를 병합시켜 항구적이며 초월적인 실재(idea)의 가치를 추구한다. 특히 블랙 페인팅 시기 이전의 색채 덩어리들 사이에 밝은 장(scene)과 캔버스 가장자리 내 부에 침투하여, 캔버스 표면을 부유한다. 이러한 색면은 모호한 깊이로 파레르곤을 조절한다. 즉 색들의 병치와 충돌, 겹침은 캔버스에 반사, 흡수되는 빛과 캔버스 표면 바로 앞의 색면의 재배치로 내용의 형식을 소멸시킨다. 셋째, 닫힌 시공간에서 일체화된 빛은 지속적인 소통 을 조성한다. 낮은 층고, 색면으로 뒤덮인 벽체, 주광색 조도, 무한한 색면 변주 등 전시공간의 통제와 연출은 새로운 관계 형성으로 예술가의 색채사유를 실현한다. 즉 작가 리얼리티의 재구축 및 초월적 실재의 재조정은 색면 움직임을 통해 색의 확장성으로 재편성된다. 즉 시 각적 형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색면은 공간의 모든 의 미와 상호작용하는 생물처럼 생성, 변이된다. <그림 3> 색의 확장성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진정한 발견의 여 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눈을 새롭 게 하는 데 있다.’39)고 하였다. 본 연구자도 마크 로드코 의 작품에서 새로운 사실을 제안하기보다, 기존의 이론 을 새로운 관점과 방법으로 보는 게 더 중요한 공헌이라 고 믿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마크 로드코의 색면추 상을 에르곤과 파레르곤 원리에서 색의 확장성의 관점을 제언하였다. 이는 가시적 현상들보다 그 뒤에 포진한 무 형의 의미를 음미하는 현대미술을 구체화하는 주요 담론 이 되리라 믿는다. 참고문헌 1. Bernard Berenson, The Florentine Painters of the Renaissance, Forgotten Books, 2012 2. Bianca Bromberge, The Experiential Sublime: Perception, Conception, & Emotion in Mark Rothko's Classic Color-Field Paintings, Bryn Mawr College Dept. of History of Art, 2008 3. Bonnie Clearwater, The Rothko Book: Tate Essential Artists Series, Tate; annotated edition edition, 2007 4. Irving Sandler, Triumph of American Painting: A History of Abstract Expressionism, Harper & Row, 1976 5. Jacob Baal-Teshuva, Mark Rothko, Taschen, 2008 6. Jacques Derrida, The Truth in Painting,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7 7. Lee Seldes, The Legacy Of Mark Rothko, Da Capo Press; Updated edition, 1996 8. Mark Rothko, The Artist's Reality: Philosophies of Art, Christopher Rothko Editor, Yale University Press, 2006 9. STC, Mark Rothko, Stewart, Tabori and Chang; First Edition edition, 1997 10. Todd Herman, Christopher Rothko, Harry Cooper , David Anfam & Bradford R. Collins, Mark Rothko: The Decisive Decade: 1940-1950, Skira Rizzoli, 2012 11. Gridley MC, Concrete and abstract thinking styles and art preferences in a sample of serious art collectors, Heidelberg College, Psychol Rep. 2006 Jun;98(3) 12. Ravin JG, Hartman JJ & Fried RI, Mark Rothko's paintings, suicide notes?, Ohio State Med J. 1978 Feb;74(2) 13. Turco R. The object and the dream: Mark Rothko, J Am Acad Psychoanal. 2002 Spring;30(1) [논문접수 : 2012. 12. 23] [1차 심사 : 2013. 01. 20] [게재확정 : 2013. 02. 08] 39)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Julian Spalding, The Art of Wonder: A History of Seeing, Prestel Publishing, 2005, preface